남성이 보인다고 울부짖는 여자 이야기
당시에 김 경신(가명)은 23살 아가씨로서 부산에 살고 있는데 본래 고향이 동래이고 자기 어머니가 범어사에 속한 어느 암자에서 공양주 노릇을 한다고 했다.
그녀가 법장을 찾은 것은 참 희귀한 병 때문이었다.
" 법장거사님, 제 나이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말입니다. 남자들 몸이 그냥 다 들여 다 보이는 이상한 병에 걸려 있습니다"
" 그래서요 ? 뭐가 보인다는 말입니까 ?"
" 다요. 모두 다 들여다보입니다."
그녀는 남자 몸은 그냥 몽땅 투시가 되고 여자는 뿌옇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심각하게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는 마당에 웃을 수도 찡그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 그렇다면 내 몸을 투시해 보라고 말했다.
" 괜찮습니까 ? 실례가 안될까요 ?"
다짐을 여러 번 하더니 법장의 허락을 받은 그녀는 눈을 지긋이 감고 들여다본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배 부위에 있는 가벼운 상처 자국을 그대로 들여다보듯이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적외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
" 그런데 말이죠. 저는 이 현상 때문에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에요.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데도 보이니까 문제지요. 남자들 치부가 그대로 보이면 징그럽잖아요"
법장은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정말 그렇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여성으로서 남자들의 몸이 환하게 투시된다고 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다.
혹시 남자로서 그런 일이 있다면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항상 그렇다면 징그러울 것이다.
더구나 여성의 생리구조로서 얼마나 징그러울까를 생각하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에 이어지는 말을 듣자 그게 아니구나 하고 다시 한번 놀랐다.
" 남자들의 그것이 눈에 띄면 저는 미치겠어요. 자꾸 그것만 보게 되고 그 날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남자들 그것만 보면서 보냅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다른 일은 하나도 못하고 직장도 나가지 못해요"
---세상에 이런 무서운 일도 다 있구나---
" 언제부터 그런 일이 생겼습니까 ? 동기가 있었을 터인데요 "
" 제가 17세 되던 해 여름에 어머니가 계시는 절에 가서 한달 정도 기도를 드린 일이 있었어요. 거기서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김양은 자기가 절에서 기도를 끝내고 법당에서 나오는데 스님의 아래 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 아니 스님이 왜 바지를 안 입고 돌아 다니실까 ? 참 부끄러운 일도 다 있네 "
그러면서 외면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자세히 보니 분명히 옷을 입고 계셨고, 그냥 훤하게 비쳐 보이더라는 것이다.
법장은 해괴한 조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김양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그녀의 뒤로 가서 똑바로 서서 김양의 중추신경선(태양총)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한 힘을 관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녀의 귀 뒤편으로 휙하고 바람소리 같은 것이 스치며 지나가면서 뭔가 붉은 색의 영체가 빠져 나왔다.
어떤 남자였다.
제대로 확인해 볼 겨를도 없이 그 귀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김양은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 이제 눈에 보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안보여요."
뭔가 찜찜했지만 일단 김양의 시야에 그런 이상한 현상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니 이젠 됐나보다 하고 지냈는데, 6개월 뒤 다시 연락이 왔다. 그것이 다시 보인다는 것이다.
-- 이런 젠장 그때 제대로 일을 해서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냥 보내고 나니 재침입을 시도하고 있구나 ---
그 귀신은 야차였다.
밤에 활동하는 무서운 남자귀신인데 주로 색정령기를 가지고 있어서 여자에게 들어가 씌어지면 이와 같은 희한한 병에 걸리게 한다.
" 법장님 죄송해요. 두번씩이나 신세를 지게 되서요. 제발 좀 쫓아내 주세요. 이건 그전보다 더하네요.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따라 다니게 만들어요. 어떤 젊은 남자의 그게 눈에 띄면 그 사람을 한없이 따라 다니게 하는 거예요. 사실 그렇잖아요. 제 의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여자인 제가 남자를 따라 다닌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신경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했더니 그 증상은 일종의 성중독증이라고 말하면서 신경안정제를 주더라고 했다.
그렇지만 약을 먹으면 스르르 잠이 들고 꿈속에서도 계속 남자들을 따라 다니게 만든다고 했다.
몇 번이나 따라 다니다가 남자들에게 맞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비참한 몰골에 소름이 끼친다고 울었다.
법장은 이 야차귀신을 근원적으로 처리하는데 묘한 방법이 있음을 알아 차렸다.
" 김양. 내 말대로 하시요. 그러면 나을 거요. 그런 것이 들어오면 직전에 느낌이 있잖소. 뭔가 눈앞에서 스물 거리는 느낌 말이요. 그때 찬물을 끼얹으시오. 다음에 더운물을 한 바가지 퍼 가지고 다시 끼얹으시오. 냉온수를 번갈아 가면서 몸에 퍼붇고나서 이 주문을 외우시면 됩니다 "
축령주문 가운데 색정령계에 효과적인 주문을 가르쳐 주고 헤어졌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전화가 걸려 와서 그녀의 변화되어 가는 상황을 일러주었는데 5개월쯤 지나자 완전히 그 기운이 소멸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낫기까지 1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야차 계통의 귀신은 본래 인연이 있어서 다가오는 법인데 가끔 이런 식으로 투시하게 하고 성적으로 괴롭히는 일도 있다.
김양은 현재 부산에서 건장한 남자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