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부인이 딸의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구원을 요청했다. 중학 3년생인 딸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말을 잘 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던 삼촌을 보고서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 무슨 귀신이 씌었을까 ?"
대답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귀신은 산 사람이다. 누군가 강한 념파를 보내고 있다.
그것은 여자이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염력을 활용하여 상대를 해치려하는 주술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영시해 보니까 어떤 무당이 부탁을 받아서 이 딸아이의 엄마를 노리고 있다.
아주 예리한 칼 같은 것을 갈아서 송판에다가 꽃는 작업을 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여러 명의 여자 귀신들이 서 있다. 그리고 "죽여라 죽여"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 아이 아빠가 혹시 다른 여자가 있지 않습니까 ?"
부인은 고개를 숙이면서 남편이 7년 전부터 자기보다 5살이나 나이가 많은 여자에게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세월을 보낸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첩이 있는데, 그 첩 역시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동숭동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여자로서 성격이 거칠어서 몇 번 만났지만 자신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냥 둘 수 없다.
" 내일 쇠 절구와 석회 한말을 가지고 오십시요 "
다음 날 모녀가 함께 나타났다. 얼굴이 창백한데다가 숨죽인 목소리에 전혀 생기가 없는 상태였다. 첩과 귀신들이 보내는 저주염파가 딸을 치고 들어와서 엉뚱하게도 정신장애를 일으킨 것이 확실하다. 어머니는 그래도 강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지만 그러나 아이는 도저히 저주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한 것이다.
가지고 온 절구에 회를 반쯤 부어 넣고 항마염불을 시작했다.
--- 이 여자가 매우 질이 나쁜 여자인 것 같은데 딸 아이에게 다가온 악한 저주의 념파가 다시 돌아가서 본인에게 도리어 고통을 주도록 하소서---
잘못된 남편의 행동으로 인하여 아들딸이 피해자가 된 사례는 많이 보아 왔지만 이처럼 직접적으로 저주하는 염력이 닿아서 질환을 일으키는 일은 아주 드물다.
아마도 첩은 본처를 죽이고 싶었음에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는가 ?
강한 악념파에는 그에 대항하는 강한 반대념파가 가해져야 한다. 그리고 신령의 힘으로서 악한 염파를 도와주고 있는 여자귀신들의 영파를 제거해야 한다. 절구에 담긴 석회에 물을 부으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 붉은 수건을 준비한 다음, 절구 공이를 한가운데
푹 꽂아 세우라고 말했다. 1시간쯤 지나자 조금씩 굳기 시작했다. 염불을 끝낸 다음 꽂아 세운 공이 위에 붉은 수건을 걸쳐 세웠다.
" 언제쯤 나을까요 ?"
항상 보호자들은 그 점이 궁금하다. 회가 완전히 굳으려면 2일이 걸립니다. 그렇지.---이틀 뒤면 나을 거요"
감쪽같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며 나은 것은 물론이다. 사흘이 지난 다음 월요일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딸에게 이 말을 전해 주고 헤어졌음을 기억한다.
" 00 야, 아버지 일은 잊도록 해라. 어머니와의 일이지 너와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
여기에서 절구와 절구 공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부부관계의 강한 결합을 상징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 첩이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하게 강한 힘으로 묶어 버리는 결합주술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날 밤에 기도를 하는데 여자귀신들이 대여섯명 찾아 왔다.
성질이 난 얼굴에 흉칙한 손톱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당신은 누구길레 우리가 하는 일을 그렇게 억지로 막는거냐 ?"
여귀들은 뻔뻔스럽게 내게 말을 걸면서 항의하는 식으로 대들었다.
" 당신들은 한 여자가 불행의 나락에 빠져 헤매고 있는 것을 아는가 ?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나쁜 주술에 힘을 더해주는 죄가 얼마나 큰 것인 줄 알기나 하는가 ? "
법장은 그 중에서 말귀를 조금 알아들을 만한 여귀에게 저주의 폐해를 강조했다.
"사실은 그 무당이 시켜서 이리로 온 거야.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본처한테 당한 일이 많아서 힘을 넣어 주었는데, 당신도 반대 입장이 되면 잘 알 거야. 우리는 너를 꺾어 없애고 무당을 도와주어야 한다 "
여귀들은 자기들이 생전에 첩이었고 본처에게 당한 일이 서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을 죽여 버릴 정도로 잔혹한 일에 가담하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옳지 않았다.
법장은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끊어 버리고 절구를 번쩍 치켜 세웠다.
" 잘 보아라. 여기 보이는 절구에 공이가 박혀 있다. 이는 좋은 부부사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확고부동한 애정을 얻지 못한 것이 한이 됐을지 모르나 강력한 힘으로 결합된 부부 사이를 갈라놓지는 못한다. 이걸 알았어야 해"
여귀들은 법장을 향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한참 동안 귀신과 영세계에서의 투쟁이 이어졌다. 법장은 들고 있던 절구 속으로 그 여귀들을 몰아 넣었다.
"옴 사라바 디나야 훔-- 부부간의 진정한 애정을 모르는 너희들은 그저 남자를 뺏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줄 아는 모양인데, 어디 한번 이 속에 들어가서 땡볕에 나뒹굴면서 반성을 좀 해 보아라"
여귀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절구 속의 회를 처넣은 속에 갇혀 버렸다. 그리고 절구는 백일 동안 마당에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은 법장에게 드디어 항복하고 저 세계로 물러갔다.
이후 신기하게도 남편이 다시 아내에게 돌아 왔으며 그 가정은 정상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