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지 못하는 어린 영혼들 >
7월 22일, 아이들이 화마에게 살해당한 지 22일만에 법장은 현장을 찾아갔다. 마침 잔비가 내리고 있었다. 황량한 화재현장 주변에는 아무나 들어 갈 수 없게 경찰들이 수십명 지키고 있었으며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였다. 그 지역의 유지와 함께 그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한가지-- 이상하게도 이어서 아이들이 죽어 간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한 아이는 며칠 지나지 않아 차량이 후진하는데 끼어서 교통사고로 죽었고 그리고 사나흘이 지나서 근처 마을의 아이가 비슷한 사고로 죽었다. 나이도 5-6살로 비슷했다. 그리고 18일에는 목구멍에 먹을 것이 걸려 숨이 넘어가는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는데 급사를 했다고 한다. 연 이은 사고가 3번이나 나이 또래가 거의 같은 아이들에게 일어나니 궁평리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법장은 만약 죽은 아이들이 데리고 가는 저승행 동반현상인가를 규명하고 싶었다. 이따금씩 그런 일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현장에서 영혼들을 설득하여 방비를 해주려고 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아무도 승천하지 못하고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아저씨, 우리 좀 집에 데려다 주세요, 비가 와서 추워요--"
" 우리엄마 보고 싶어요. 나-집에 갈래 " 하고 칭얼대는 아이들이 8명인가 다가왔다.
" 안돼, 나는 너희들을 마음대로 보내 줄 수가 없어, 부모님들의 허락이 있어야 하니 좀 기다리고 있어 "
저절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영혼의 상태가 되어 이제 겨우 사람을 알아보는 정도인데 처음 나타날 때는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처참한 모습이었다. 자기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자 조금씩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아이는 팔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 아이 이름은 나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 "
인솔하고 있는 남자선생이 내게 물었다.
" 부모님들이 와서 위령제와 천도식을 올려 줘야 갈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어려울 것 같네요. 부모님들이 다른 일로 지금 신경을 쓰고 계시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렇게 모두가 있단 말을 해도 아마 믿질 않을 겁니다 "
" 그럼 우리 둘이 아이들을 잘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 마십시오. 빨리 오셔서 천도든 위령제든 지내 주시도록 알려 주세요 "
김영재 선생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간절히 부탁하셨다. 그 분은 유명을 달리한 이후에도 아이들을 지키고 계셨다. 그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하여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속까지 하셨다.
함께 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 와서 먼저 이런 사연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연속된 사고에는 무관하며 아무 상관도 없다고 일러주었다. 자칫하면 그들이 데려 간 것처럼 누명을 쓰게 되어 있으니 혐의를 벗겨 주고 싶었다.
" 그럼 누가 이런 짓(아이들의 연속사)을 한 것인가요 ?"
" 쉽게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아까도 언뜻 지나가는 말로 얘기했지만 이런 대형사고는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니고 거대한 힘을 가진 마귀의 집단적인 살의에 의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
화재를 일으키고 나서도 모자라 다른 아이들 까지 데려가는 것이라고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그리고 그 마귀가 이 지역에 오게 된 동기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