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1 15:52
"보호수로 연명하는 서낭신 이야기"
평택시의 비전동 재랭이고개 넘어 천주교당 옆으로 수령 500 년이 된 느티나무가 서 있습니다.
12 년 전에 이 서낭 근처에서 한의원 개업한 젊은이가 있어 개업식을 주선한 적이 있는데, 젊은이에게 여기 서낭신이 오셔서 잘 봐 줄테니 5 년만 여기 있으라 하더니, 결국 5 년 만에 자릴 뜨게 하더이다. 그 동네에 재개발이 시작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셨지요. 지금 그 젊은이는 성남시에서 한의원을 잘 운영하고 있지요. 평택에 자리잡고 있을 때, 동네유지의 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삽니다. 모두 서낭님 덕분이지요.
서낭님은 대체로 동네 유지 발전과 더불어 주민들의 일상에서 생기는 잡다한 고민꺼리를 해결해 주시므로 유교사회에서는 동신(洞神)으로 불려지시던 분들이며, 동네 주민의 조상신들이 모여서 복합령체로 존재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낭구를 베어 버리고 서낭도 없애는 바람에 , 결집되는 힘의 구심점이 사라지자, 차츰 동네가 스스로 파괴되고 주민들도 이사를 가버리거나, 새로 생긴 아파트단지에 흡수되어 생활권조차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물론 서낭님은 함께 떠나가고 말지만 이렇게 팽택처럼 남아 계신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TV 드라마 <정도전>에 서낭당 앞에서 정도전이 누워서 민간신앙을 무시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유교는 미신적인 행위라고 하여 배척헀지만 수 천년 동안 유지해 온 우리의 정신세계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2014 년 2 월 1 일 제마법사 청강 파사 김세환
* 보호수에 대하여
지자체에서 수령이 오래 된 나무를 보호 하기 위하여 해당되는 나무들을 지정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보호수 제도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거의 모든 서낭목이 사라지고 볼품 없는 시골 풍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보호수제도가 있어서 서낭신들도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으므로 참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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