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법선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귀신이야기
  • 제마
  • 귀신이야기
  • 제마
귀신이야기 게시판
[제마일기] “2011년 9월 중순의 일기”



(1) 대전 새벽 1시에 귀신을 만나다



“영감님은 언제부터 여기 계셨지요 ?”
“ 한 10년 되어갑니다.”
“ 갑자기 돌아 가셨다면서요 ?
외롭지는 않으셔요 ?”
“ 괞찮아요, 작년에 마누라가 죽어서 옆 건물에 살거든요...”

남자의 나이는 50대중반이고 자기는 이 빌딩관리를 하던 사람이라 합니다.

“모두들 가끔 보여주시는 모습 때문에 무서워하는데
제가 부부 함께 극락으로 보내드릴게요.”
마지못해서 승낙을 하면서도 무척 외로운 얼굴이었습니다.


그 싸롱에서 쓰는 피라미드 모양의 파라핀양초에 불을 붙이고 컵을 쌓아 올린 위에 놓은 다음....

주문을 외웁니다.

“ 옴 가라지야 사바하”

영감은 서서히 영체를 뒤로 하고 현실세계에서 빠져 날아갑니다.

모습이 사라지자, 그를 향하여 영가를 위로하는 주문을 이어나갔습니다.

부인도 뒤를 따릅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건물에서 이 70평 싸롱이 덩그렇게 4층에 있어서 도무지 가게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자리입니다. 더구나 건물 옥상으로 트인 자리에 덧 지은 건물이라서 , 전망은 좋을지 몰라도 어쩐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풍수적인 보완을 위한 장치와 합리적 위치전환에 참고할 사항을 말씀드리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유사장이 대전에서는 그래도 유지가 되어서 그럴듯한 일을 하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가 이제 15 년이니까, 확고한 인연의 자리가 생길 때도 되었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런 어려운 자리를 택했을까 ? 아마 그것도 하나의 인연이겠지 하면서 의리를 지켜주었습니다.


(2) 다음날 오후 ,망가진 풍수 속의 청련암



청련암에 가서 느낀 것은 정말 무섭게 변한 40년 세월의 모습이었습니다.
지장보살들이 떼를 지어 시위하듯이 큰 지장상 주위에 마치 태양계의 위성들처럼 늘어서 계십니다. 그것도 계단을 지어 하나하나 모습이 다 다르십니다. 공통점은 거의 모두가 검은 계통색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장보살이 검은 피부를 가진 분이셨던가 ?

아무튼 청년시절 이 청련암에서 고시 공부한다고 모여서, 대법관 지낸 김00이 하고 문화원장 김00하고 대한통운 김oo 하고 그리고 최모군 하고 이따금 정강이 걷어 부치고 툭툭 닭싸움도 하며 씨름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아랫동네에서 라면 박스 하나 들쳐 메고서 모두들에게 먹이려고 새로 난 아스팔트길을 밤길에 팔뚝이 얼어붙게 걸어 올라가던 기억도 납니다. 그게 아마도 섣달 보름쯤의 일일 것입니다.   올라가는 길목에는 정말 무덤들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아파트들이 들어서셨지만.

그런데 당시에는 청련암의 돌 냇가에서는 쌀을 씻던 청정수가 흘렀으나 오늘의 청련암은 모두가 시멘트로 다시 덮이고 새로 탄생했습니다. 남은 것은 고목 한그루와 암자 이름이 적힌 법당 현판 하나가 고작입니다.

우리는 추억이라고 하는 노년의 심술스러운 괴물을 키우면서 살지만 때때로 그 괴물을 학살하기 위하여 이렇게 다시 둘러보는 바보짓을 하는가 봅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청련암입니다. 새 세대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억의 장소일 뿐이지요...  내려올 때 범어사에 들리려다가 포기했습니다.  아름답고 소박했던 옛 석축과 저녁 안개가 자욱했던 그런 암자의 아련한 추억을 향하여 잔인한 살생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1년  9월 20일  제마법사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