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제마일기] “ 의처증에 걸린 남자 ”

[제마일기]  “ 의처증에 걸린 남자 ”


오래 전에 겪은 일입니다.

“ 정말 선생님께선 누가 상담하러 오면 대번에 무슨 용건으로 온 줄 아십니까 ?”

“ 네, 대충 압니다.”

하지만 다짜고짜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 그런데 왜 그런 게 궁금하신가요 ? 저는 여기 오시는 분이 가진 신상의 어려움을 풀어 드리는 일을 하지만, 처음 보고 아무 말씀을 하시지 않더라도 무슨 일로 왔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체로 오신 분들이 먼저 말씀을 하시거든요...”

“ 저는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요,  만나 가지고 금방 무슨 문제인지 아시는 분이 아니면 그 이상 군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알아야지, 제 문제의 핵심이 뭔지도 모른다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아서요.”

“ 아, 그러십니까 ?  무슨 일로 오셨는지를 알아 맞춰 보시라는 뜻이군요.  그러시다면 궁금해 하지 마시고 그냥 가십시오.”

“ 역시 선생님께서도 제 사정은 잘 모르시는가 봅니다.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허허허”

벌떡 일어나더니 등을 돌려 나가려 합니다.

그때 무심코 한마디가 나갔습니다.

“ 그렇게 의심이 많으시니 부인께서 짐을 싸셨겠지요.”


터무니없이 상대를 의심하는 분이라서 대화를 이어나가더라도 보람 있는 상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 등 뒤를 따라 일어서서 나가는  그 분의 부친영혼이 비춰보였습니다.  부친은 아마도 의처증 환자로서 인생을 비관하다가 자살하신 모양입니다.

그때입니다.

“ 어 ?  어째 아십니까 ?  신기하군요. 지금까지 아무도 못 알아 봤는데요.”




그 분은 집 나간 부인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그러한 의심증이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는지도 모르는 듯했습니다. 부인이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다가 가출을 반복한 연후에 종적을 감추기 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하여 부친이 빙의해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차분하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 의심증은 현대의학으로도 고치기 어려운 병입니다.  그리고 아마 부친께서도 그 병을 앓으신 것 같습니다만,  빙의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남을 의심하는 병은 한번 습관화 되면 좀처럼 낫지 않습니다.  빙의로 인한 병은 제가 다루는 분야이지만, 배우자를 의심하는 병은 정신적 심리장애이므로 제 분야가 아닙니다......그리고 부인을 찾는 일도 제 분야가 아니므로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분은 부친의 마지막에 대하여 묻자  오래 전에  의심병으로 자살하신 경과를 상세하게 모두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왜 자신도 의심병에 걸려 그러고 사는지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병에 대하여 도움을 주려는 제 입장마저 소홀히 생각하고 “ 상담자가 자신의 병을 알아보나 못 알아 보나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대하여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었습니다.


바로 그런 마음씨가 병을 불러 키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빙의문제 해결등 별다른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부인이 지금 어디에 사는지 그것을 알고자 왔다고 했습니다. 정말 측은한 일입니다.

의심증환자는 자기가 부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인의 부정을 고쳐 주려고 의심한다는 생각을 할 뿐,  심각한 병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을 고치지 못합니다.

다른 이를 의심하기 전에 자기의 마음과 정신의 상태를 먼저 의심해 본다면 절대로 타인을 지나치게 의심하는 병에는 결리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12월 13일  제마법사   청강  김 세환  


<참고>

의처증은 편집증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의심증의 한가지 유형이며 이에 상대되는 용어로 의붓증이 있습니다. 의처증은 남편이 아내의 부정 행위를 의심하는 병이며, 의붓증은 아내가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병입니다. 측천무후나 스탈린도 이 병에 걸렸었다고 합니다. 최근들어 이 병이 확산, 증가하고 있으며 이혼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됩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발병 원인이 있으나 어린 시절부터 애정을 충분히 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므로, 애정결핍증에서 시작되는 병으로 보기도 합니다. 물론 의심증 귀신의  빙의로 인한 사례도 많이 나타납니다. 이 병은 분리장애 및 환상증이나 강박신경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대에 대한  불만을 못 이겨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많습니다.... 청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