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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 [제마일기] "인연의 굴레"

2010.07.28 11:50

xemasa 조회 수:8329

옛날 어느 암자 절에 도인이 찾아 와서 점심 한 끼를 청했답니다.



그러나 공양주가 지금은 때가 지났으니 기다리셨다가 유시 석공양 (5시)에 다시 들리시라고 했답니다.

도인은 공양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돌아 섰습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뇌깔입니다.

" 예이 요즘은 인심이 사나워져서 절 인심조차 거둘 데가 없구나...."



마침 병자호란이 끝나고 흉년이 이어지던 해인지라 먹을 것이라고는 남아있던 그저 감자 몇 덩이 밖에 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양주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인에게 "여보시오, 이 거라도 들고 가시지요." 하자,

못 이긴 채 하며 다가와서 얼른 소매 춤에 웅켜 넣고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조금 지나서입니다.

주지 스님이 어제 먹던 감자가 어디 갔냐고 묻습니다.



공양주가 답합니다.

" 네, 어제 어떤 도인이 공양 깐에 배고파 달려 왔길레 줘 버렸구만요."

" 잘 했소. 내 배나 그 배나 다 배고픈 건 마찬가지니까 잘 줬소."











그로부터 400 년쯤이 흘러간 어느 날입니다.

그 암자가 무당절로 바뀌었습니다.

겉 보기에는 절이지만 사실은 무당이 운영하는 사찰입니다.



스님이 지나가다가 배가 고파서 밥을 청합니다.

공양주에게 청하자 마찬가지로 아직 저녁 나절이 안 되었으니 그때 오라고 합니다.

스님은 마지 못해 돌아서시면서 말합니다.

" 세월이 하수상하니 저녁 나절이 되면 또 무슨 딴소리를 할꼬 ?"



그러자 뒷골이 시린 공양주가 감춰 두었던 컵 라면을 꺼내서  얼른 물 끓여 부어 잡숫고 가라십니다.

고맙소. 고맙소. 내가 그래도 전생에 허튼 짓은 하지 않은 모양이요, 이렇게 공짜 점심을 다 얻어 먹고 말이요 ...."

기쁜 마음을 그냥 털어 놓습니다.



그 때입니다.

그 절의 주인인 무당이 얼른 요사채에서 달려나오면서 소리칩니다.



" 스님 스님 절 몰라 보시겠어요 ?" 한다.



" 저는 못보던 분인데요..."



" 왜 저를 모르세요... 제가 그때의 도인입니다. 스님은 공양주셨잖아요....."



" 아ㅡ, 그렇습니까 ? 그럼 내가 또 신세를 진겁니까 ?"



"무슨 말씀을요,  그때 제가 도를 닦으러 돌아다니다가  산기슭의 암자에 들려 감자 몇 톨을 얻어 먹고 허기를 메운 사람입니다."



" 아, 그러셨군요, 몰라 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뭘 하고 계셨기에 지금 당골이 되셨나요 ?"



"  제가 도인이랍시고 너무 올라받쳐만 받으며 살다가 이런 모습이 되었지 멉니까 ?  대대로   이어나가다가... 이제는 그만 .."


" 그러셨군요.  제가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 스님은 이미 무당이 하는 말을 다 알고 계시는 거 아닌가요.

전생의 인연을 그것도 400 년이나 지난 과거의 인연을 다 알고 계신 겁니다.



무당은 도인으로 겹쳐 태어나다가 이제서야 겨우 천통을 하여 지난 날 여기저기 신세진 걸 갚아 나가야 함을 깨달았는가 봅니다만...

공양주로만 십여번 태어났다가 죽은 사람은 이제 스님으로 살아가고... 말입니다.







세상은 공평한가 봅니다.




[계속]



2010년 7월 28일   제마선사  서산 /장선생/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