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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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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인간의 신체로 말하자면 머리에 해당되는 부위이다. 지붕이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은 다시 말해서 두상(頭相)이 어떤가를 말한다.
머리의 생김새는 관상학에서 그 사람의 지능과 자존심 그리고 충성도나 범죄성향 등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느 동네에 가보면 지나치게 지붕이 하늘을 향하여 치솟은 곳이 있다. 굳이 프랑스 식으로 경사를 지게한 지붕이 아님에도 집이 하늘로 올라갈 것같이 지붕이 액센트가 있는 집이 적지 않다.
그것도 어느 한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동네에 모인 모든 집들이 그렇게 자기의 머리를 자랑하듯 드러내는 데는 혐오감마저 느끼게 한다.

개성이 강하다는 한마디로 넘겨버릴 스도 있으나 그런 동네는 사람이 사는 동네라기보다도 어떤 직위나 명예에 사로잡힌 속물들이 거주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조선기와집을 지으면서도 지붕의 선을 무척 소중하게 다루었다. 왜냐하면 지붕의 선은 곧 그 건물의 품격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교수 저)≫ 102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수덕사 대웅전을 앞마당 아래쪽에서 정면 정관으로 올려다보면 지붕골이 아주 길고 높아서 지붕의 하중이 대단히 위압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저 팽팽한 팽창감의 배흘림 기둥이 탄력있게, 어찌보면 상큼하게 지붕을 떠받치고 있어서 우리에게 하등의 시각적 불편이나 무리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조상들은 팔작지붕의 비상하는 듯한 멋을 오히려 자연경관과의 조화에 어긋난다 하여 억제하고, 맞배지붕으로 하는 슬기를 가지고 있었음을 유홍준 교수는 지적한다.

거기에 덧붙여 지붕 가운데가 약간 볼록 나온 배흘림 기둥으로 세워 안정감 있는 기둥의 모습을 재현해낸다.

참으로 지혜로운 건축양식이다. 그러나 이런 지혜로운 조상을 둔 우리가 현대에 와서는 너무나 잘난 사람들이 되어서인지, 새로 조성된 개발지역 동네로 가면 갈수록 지붕이 하늘을 향한다.

그런 지붕으로 가득찬 동네에서 살면 어쩐지 불안해지고 항상 욕구불만에 가득차게 된다. 왜냐하면 언제나 상승욕구에 쫓기기 떄문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영에 덜뜨면 곤란하다. 이조 말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세월을 보낸 우리 민족의 지도층이 어째서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는지?
아마도 그들의 정신세계가 그처럼 허영에 들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