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목적을 위하여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행위를 가리켜 단식이라고 한다. 이는 건강을 위하여 음식량을 줄이는 절식과는 구분된다.
특정한 몇몇 종교에는 금식기도라든가 금식기간을 둔다든가 하는 의식이 있다. 특히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이라고 하여 하루에 두끼를 굶고 저녁에만 음식을 먹는 기간을 두고 있다.
그런데 왜 음식을 먹지 않고 단식이란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일까 ?
어떤 사람은 단식행위가 신에게 바치는 최소한의 절제심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고 식욕을 차단하는 행위이므로 마치 그런 행동을 신이 바라는 것으로 미화한다.
그러나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단식행위를 요구하는 종교가 대체로 척박한 땅에서 생겨나 발상지가 음식이 풍부하지 못한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음식물을 먹는 것 마저 금하고 기도하니 얼마나 신에 대한 정성이 갸륵하다고 여기겠는가 하는 신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그러나 음식물이 소출이 많은 지역에서는 별로 그런 일이 신에 대한 경건한 의식과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단식행동을 하는 것은 신이 주시는 음식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한다. 신이 주시는 것을 거부하는 오만한 행동일 뿐이다. 이렇게 종교의 발생지역에 따라 단식은 엄청난 관념차를 보여 준다.
불과 몇 십 년 전 만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단식 기도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외래 종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마치 음식을 먹지 않고 기도하면 정말 신이 관심을 기울여 주고 욕심 없는 사람으로 인정하여 신이 도와줘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 오죽하면 먹지 않고 무언가 뜻을 두어 밀어붙이겠는가 ?" 하는 안쓰러움을 유발하려고 종교행위도 아닌 투쟁적인 단식이 늘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신앙에서 진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의 인간성을 존중하고 자연스러움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을 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먹을 것은 적당히 먹고 잘 것은 적당히 자고 몸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 자기 몸을 일부러 학대하는 듯한 단식은 참된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본다.
자기의 몸은 자기 것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쓰일 수 있는 사회적 도구일 수도 있다는 점을 무시한다면 진정 신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03년 11월 29일 청강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