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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 장승업 이야기

2005.08.15 09:34

xemasa 조회 수:4726




대원군이 도감벼슬을 주어 대궐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자 답답한 나머지 뛰쳐나가 시골로 잠적했다.
며칠 기다려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진 대원군은 사람을 보내 데려 오게 했다.
술에 잔뜩 취해 몇 월 며칫날까지 가겠다고 굳게 약속하였다.
약속했던 날이 다가왔다.
정오에 도착하기로 한 장승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 까지 치민 대원군은 장승업이 오면 단단히 벌을 주리라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가 하며 걱정도 하였다. 대원군의 장승업에 대한 애정은 그만큼 남달랐다.

그날 저녁 해질 무렵.
다 헤진 두루마기 자락에 걸망을 메고 손에는 보따리를 쥔 채 운현궁에 직접 나타났다.

" 이 사람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어찌 이리 늦었나 ?"

장승업이 대답 대신 왼손의 보따리에서 그림 한 장을 꺼내 놓고 펼쳐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뭔가 놀라운 것이 그려져 있었다.

" 대감님, 사실 전 이걸 그리느라 늦었습니다.  과천을 지나 남태령 고개를 넘어 오려는데 돼지 새끼가 한 마리 보이질 않겠어요 ?  그런데 그 돼지를 그리고 싶은 거에요. 여기다 그려 왔습니다.  붓을 들어 그리기 시작하니까, 아 글쎄, 이 돼지 놈이 그림 속으로 뛰어 들어 온겁니다"

그림은 늦은 것을 용서할 만큼 훌륭했다.
돼지가 평범하게 그려져 있는데 마치 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돼지 면상을 보니 웃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잘 그린 그림으로는 처음 보는 돼지 그림이다.

이 돼지 그림을 대원군은 소중히 간직하였다.

청나라에 갔을 때였다.
대원군은 이홍장과 면대하는 일이 있었다.
익히 알다시피  이홍장은 청나라의 조선 담당 외교관이었다.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서 자리를 뜨려 하는데 대원군이 붙잡았다.

" 잠깐 이걸 가지고 가십시오 "

바로 그 그림이었다.
이홍장은 그림을 잘 보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붓의 놀림새가 자유 분방하고 거칠 것이 없는 그림이었다.

"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요.  이 그림은 바로 나요. 어쩌면 나하고 닮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소 ? 꼭 만나 보고 그림을 부탁하고 싶소 . 이번에는 내 얼굴을 그려 달라고 하고 싶은데--"

대원군은 무척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소 "

이홍장은 그 그림을 받아 들고,

" 이 그림은 바로 나를 그린거야, 하하-하하 "

이후 대원군은 청나라에서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았다.

2002.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