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7 11:51
[제마법문] " 80 년 전에는 네가 바로 나이더니...."
八十年前渠是我(팔십년전거시아)
八十年後我是渠(팔십년후아시거)
' 80년 전에는 네가 바로 나이더니 80 년 후에는 내가 곧 너로구나.
-서산대사 영정시
[답글]
그래서 이 시는 영정시입니다.
영정이란 초상화를 가리킵니다.
내 얼굴을 그림으로 그린 걸 보고 그 그림이 마치 거울 처럼 내 얼굴을 그린 것이로구나... 하고
"그 넘 참 잘 생겼다" 하고 그걸로 끝내는 게 젊은 시절의 오관(傲觀: 오만한 관평)인데,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앞서 가고 있었고 어차피 내가 살아 있고 나서야
비로소 죽은 다음을 대비하는 영정이라는 그림이 그려졌으니
이렇게 생긴 모습이 너무나 기괴하고 늙어 가면서 자신이 그림에 담긴 걸 보니 또한 새삼스럽게 내 얼굴이 저러네 하고 탄식이 나오는 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사람은 자기 얼굴이 아무리 늙어도 언제나 진짜 모습 보다는 좀 덜 늙은 모습인듯 착각하고 사는 법인데
대사님께서는 영정 그림 그린 걸 지긋이 들여다 보며 아마도 마음이 참으로 슬펐을지도 모릅니다.
젊었을 때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자기 얼굴을 비춰볼 수가 있었는데, 이젠 내가 바로 그렇게 비춰진 늙은 얼굴이라는 팩트가 등장하니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본문을 풀어서 해석하자면 이렇게 좀 살을 붙여서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
八十年前渠是我(팔십년전거시아)
八十年後我是渠(팔십년후아시거)
오래전인 80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인줄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 이 늙은 얼굴이 되고 보니까 내가 있는 그대로 늙어 버린 채로 거울에 비쳐지듯이
요즘 말로는 영정사진처럼 되고야 말았구나... 참으로 슬프도다.
아주 인간적인 시라고 봐야지요.
이 시를 가지고,
어렸을 때는 모습(상:相)을 보고 나라는 존재를 판단했는데
나이들고 보니 상은 사라지고 실체(實體)가 제대로 보이니... 그야말로 있은 그대로의 내가 보인다는 둥 ,
그렇게 멋지게 선시(禪詩)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직하지 못한 허풍이 좀 들어간 풀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
서산
2015년 1 월 17일 제마법선사 서산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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