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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법문] “기도에도 빈부차별이 있나요 ?”

 

어느 날 70 대 보살 한 분이 찾아와서 평생 자기는 보살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해왔다고 자랑삼아서 말합니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이제는 나이도 들었으니 부자들을 위한 기도도 잘 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분은 부자들이 사는 게 넉넉한데 무슨 기도할 일이 있겠냐고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사는데 물질만이 모든 것이 아니므로 부자이면서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으니 꼭 이제는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부자들의 기도도 하여 드리라고 하자, 시큰둥한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3 년인가 세월이 흐른 다음에 다시 그 분이 찾아 왔습니다.

얼굴이 많이 폈더군요. 그전에는 뭔가 잔뜩 찌들은 삶을 사는 표정이었는데, 여유가 생겨 보입니다.

 

“ 제가 처음에는 그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진정 그 말씀이 옳더군요. 제가 좀 부자들을 까닭 없이 미워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스스로 참회하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차별 없이 기도해 줘야 하는 걸로 여기고 그렇게 기도를 열심히 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제 얼굴이 도리어 펴지더라고요.”

 

“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경제적인 면이 다는 아니지요. 부자는 부자들대로 가정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상황에 따라서는 지옥중생이라고나 할까요 ?가난한 이들은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 나눌 줄 알지만, 부자들은 처음부터 가난한 이들을 멸시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도 않지요. 그래서 더욱더 고독하고 말년이 힘들어지지요... 참 잘하셨습니다. 우리 중생이 가지면 얼마나 가지고 살다가겠습니까? 모두가 다 허망한 꿈이지요.”

 

그 보살은 소리 없이 눈물을 지으면서 제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는 어린 시절부터 시달리며 살아서 그런 걸 몰랐는데,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더라고 말하면서, 제가 아니었으면 인생을 깨우치지 못하고 갈 번 했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세월이 5 년이나 지난 다음에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혼을 불러 여쭤보았습니다.

 

“ 보살님 여전히 편하신가요 ?”

“ 그럼요. 좋은 자리 하나 마련해 두었으니 언제든 편하실 때 오세요.” 하십니다.

 

갈 길이 언제일지 모르나 저승에서 만나 볼 사람도 생겼다 싶어 반가웠습니다.

 

인간이 사는 길에 부자면 어떻고 가난하면 어떻다는 것인가요 ?

너무 거기에만 각박하게 매달려 기도해주는 마음에서도 빈부에 대한 차별이 생긴다면 이보다 더한 죄가 어디 있을까요 ? 하물며 아직도 돈 없다고 가난한 사람들을 괄시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분이 계신다면 더 말할 게 뭐 있겠나 싶어집니다.

 

2014 년 2월 17 일 제마법선사 서산 청강 장선생 묘연제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