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6 20:53
[제마법문] " 절을 가지려 하지 말고 내 마음속에 절을 지으세요"
그제 영월 0 흥사에 가니 부처님과 탱화 촛대 향로는 물론이고 법대와 인경 등 모든 장업법구들이 법당에서 사라졌습니다. 절 마당에는 탑신이 그냥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일요법회하던 그 무성한 분위기가 어디론가 밀려나 버렸더군요.
전각만 덩그렇게 공중에 떠있는듯 보였으며, 15년전 처음 그 자리를 부처님 배알하러 갔을 때보다 훨씬 더 황폐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 당시에는 그래도 소박하고 아늑한 시골암자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장치라고는 아무 거도 없고 뒷산의 사리굴과 함께 지장보살상이 댕그렇게 이마를 드러내 놓고 계셨고, 200 년 묵은 밤나무가 그분의 뒷전에서 덩다라 만다라를 구성해 주셨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산신각에 올라 왜 이리 절이 망하게 되었는지 여쭤 보았습니다.
지금의 나라 꼴 하고 참 많이 닮았다 싶어 질문을 드린 겁니다.
사자산 산신께서는 답을 꺼리지 않으셨어요.
" 모두 욕심 때문이예요. 서울에 있는 사찰 00사에 신도들이 만든 00 선원이라는 단체가
와서 지난 10 년 동안 황폐된 절을 그럴듯 하게 만들고 관광버스까지 동원되는 일요 법회를 시작하자, 0계종에서 나타나서 접수했어요. 절이 잘 되니까 토지소유자인 0계종에서 사찰운영권을 다시 환수했다는 말입니다."
종교가 그렇습니다. 종교는 소유나 점유를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절이 땅과 절을 소유하고 집착할 때마다 나라가 망했습니다.
신라와 고려가 다 ~그래서 망했습니다.
본래 목적은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대처승이든 비구승이든 누가 하든 상관 없지만 절을 자기의 것으로 마음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절이 뭔가요 ?"
..."절하는 데입니다"
"절에 왜 가나요 ?"
..."절하러 갑니다."
"절에서 뭘 하나요 ?"
..."절하러 오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절은 절하는 자리입니다. 인간이 자기 소유를 밝히고 자기 자리를 넓히려 오는 자리가 아니고
오히려 자기 자리를 미크론 이하로 응축시켜서 우주보다도 더 큰 나를 만들기 위하여 빅뱅(열반)을 이루는 자리입니다.
내 스스로 트인 눈으로 만다라를 이루고 신령한 기운을 북돋워 나가면 되는데, 그 일이 여의치 못한 사부대중(四部大衆)들이 대체로 간략한 방도를 구하려 하다가 결국 "도량청정이어야 무하애"라고 하는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원래 있언 천년사찰까지 볼품없는 절로 기를 죽이고 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며칠 전에는 강ㅇ남의 봉 0 사도 역시 나눠먹기 식의 주지인사로 인하여 뭐 그런 일이 다 있냐는 의심을 눈 뜨게 합니다... 특별히 재미난 일은 아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반드시 절간에 주지스님도 바뀌고 총무스님도 바뀌고 주방장 일하시는 채공스님에서 화목까지 바뀌는 시대입니다. 아마도 줄줄이 엮인 인연줄이 맞닿아서 부처님 방석에 까지 이르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량이란 道場이라 한자로 쓰기도 하는데 , 발음 은 분명히 도량이라고 읽습니다. 태권도 도장하고 같은 글짜를 쓰지요. 아마도 관련성 있는 법도의 度量과 연관지어져 "얼마나 공부를 하고 중생을 건져 낼만한가 "하는 도량에서 파생된 말인 것 같으나, 요즘 들어 보면 도량이 좁아 터져서 가만히 참아 내지 못하고, 그저 의심하고 욕하고 심지어 등을 돌리려 드는 자들이 많은 걸 보면, 그저 정권교체 탓만 해서는 안될 것 같군요. 그 큰 대가람(大假f藍)이 아깝습니다.
아무쪼록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정진하세요.
우산을 쓰지 않으면 눈비를 맞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찢어진 우산을 쓰느니 보다는 그냥 눈비를 맞고 길을 불도길을 걸어 가는 게 나을 것 같은 세상에서 절에 다녀온 소감을 되풀어 봤습니다.
성불하세요.
불기 2557년 음력 10 월 24일 관음재일
제마법선사 서산 청강 묘연제 장선생 김세환 합장 올립니다.
Cf. 가람은 본래 승가람마(僧伽藍摩)가 줄어든 말로서 많은 승려가 모여 불도를 수행하는 장소를 말하는 불교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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