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7 13:32
어느날 단하(丹霞 739~824)선사가 절집에 갔더니 너무 날이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아궁이를 살펴 보아도 땔감이라고는 풀 고시래기 하나 없었다.
그러다가 법당엘 가서 살펴보니 목조 불상이 세 분 호젓이 앉아 계신다.
성큼 부처님 한 분을 내려다가 쪼개서 아궁이에 집어 넣고 불을 지피고는
돌아 와서 잠을 청했다.
한 참 지나자 외출했던 주지스님이 돌아와서 보니 누가 와 가지고
아랫목에 자리를 깔고 드르렁드르렁 코 골며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게다가 방에 온기가 돌고 훈훈하다.
얼른 선사를 깨워서는 땔감이 어디서 났냐고 묻는다.
" 법당 부처님을 모셔다가 다비식을 지내 드렸소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부처님을 땔감으로 쓰다니 요즘 속담으로 치자면
빈대 모기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주지스님은 혹시 타다가 남은 불상쪼가리라도 찾으려고
얼른 아궁이에 남은 재를 뒤졌다.
그러자 선사는 기가 막힌 말을 한다.
" 왜요, 그걸 뒤져서 다비식 끝에 사리라도 찾으시려는가 ?
아하 사리가 안나왔어요 ? 그럼 다른 부처님을 다시 다비식에 올려 드려 보아야겠네...
혹시 다른 부처님이라면 나올지 몰라요...."
하면서 법당으로 쫓아간다.
놀라 자빠질뻔한 주지스님의 분노심이 극에 달했다.
그 순간 주지스님의 눈썹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갑자기 빠져서 사라지고야 말았다.
사실은 눈썹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마도 32 상이라고 하는 부처님의 상에만 꽉 잡혀 매달린 가여운 중생에 지나지 않았던
그 주지스님의 어리석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겠다.
눈썹이 떨어져 나갔다고 함은 곧 스님의 상이 무너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불타버린 불상에서 무엇이 나올까요 ?
정말 사리라도 한 줌 쏟아져 나올까요 ?
아니면 상에 매달리지 않는 가여운 중생에게 온기로 변하여 덥혀준 공덕이 남을까요 ?
아무것도 없습니다.
재행무상이요, 제법적멸일 따름입니다.
(모든 인간의 삶이란 마음따라 끊임 없이 변하는 것이나, 모든 인연의 고리는 그저 고요하고 조용하게 돌아갈 뿐입니다)
2013년 9월 7일 제마법사 서산 청강 장선생 묘연제 영도 김세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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