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공부] “화엄의 지혜”... 힘과 일을 나눕시다
*화엄이란?
여러 가지 수행을 하고 만덕(萬德)을 쌓아 덕과(德果)를 장엄하게 하는 일.
어제 저녁 예불 때 문수보살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작은 힘으로 큰일을 할 때는 일을 나눠서 해야 하고,
큰 힘으로 작은 일을 할 때는 힘을 나눠야 합니다.
작은 힘으로 큰일을 무리해서 한꺼번에 하려면
일을 이루기는커녕 모두 망가뜨리고야 맙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여러모로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은 힘을 가진 경우와는 반대로 큰 힘을 가진 상태에서 작은 일을 할 때는
힘에 무리가 가거나 일이 작으니까 하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태해져가지고 일을 망치기 쉽습니다.
또한 무리를 가해서 보이지 않는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닌 힘의 크기와 내가 해야 할 일의 크기를 잘 살펴 가지고
일을 이루도록 잘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큰 지혜입니다.
어찌 이런 현상이 개개인의 차원에서만 나타나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지금 힘들어진 것은 작은 힘을 모아서 큰 힘을 만들기는커녕
작은 힘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해놓은 상태에서 큰일을 한꺼번에 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국민들 자신이 뜻을 모으기보다는 제각기 모두 자기생각에만 빠져 살아갑니다.
지도자 역시 힘을 모으려 하기보다는 지도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작은 힘들마저
가볍게 여기고 무시해버림으로써 강력한 통합의 힘을 내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큰일을 이루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작은 힘을 모두 모아서 큰 불평 없이 큰일을 이뤄나가는 일에 가장 쉬운 방도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큰 힘을 가진 세력가들이 작은 일에 나설 때는 정말 해야 할 일의 내용과 성질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서 성실하고 치밀한 시야를 가지고 시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로써, 정부의 공권력이나 재벌의 자금력 같은 방대한 힘이 시민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시민의 생활권을 짓밟아 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 그 사회를 평가할 때 어찌 민주사회라 하겠습니까 ? 마치 무거운 몸으로 얇은 어름장을 밟는 일과 같지요.
작은 힘으로 살아가는 일개 시민의 생활권을 지키기 위하여,
다시 말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지켜나가기 위하여 좀 더 폭 넓고 깊은 시야를 지녀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먼저 깨달아야 할 큰일은
무엇보다도 내가 전체 속에서 하나이며
동시에 그 전체로서 살아가야 함을 인지하는 화엄의 지혜가 아닐까요 ?
一微塵中 含十方 一中一切 多中一 一卽一切 多卽一....(일미진중 함시방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 다즉일)
해석하자면
하나의 먼지 속에 모든 우주가 모두 다 들어가 있나니,
하나 속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고
하나는 곧 모두이며, 수없이 많은 것은 또한 하나이다....
이러한 말씀을 그저 쉽게 해석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기 보다는
역시 전체로서 받아들이는 지혜가 바로 첫 마디 아래 말씀이 아닐까요 ?
[추가 해설]
“작은 힘으로 큰일(깨우침)을 이루려면 무리하지 말라.
큰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너는 왜 스스로 혼자서 이기적 자세로 깨우치려고 하느냐...
너무 힘들면 스승에게 묻고, 친구에게 묻고, 그래도 모자라면
키우는 개에게도 묻고, 영화스토리에게도 물어 보라.
정 안 되면 자신이 잠자다가 꿈에서라도 물어보라.
그러면 너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깨우쳐 아는 일에 기본이 되며,
뭔가 새로 배우는 기본이며, 반대로 아무 것도 모르는 것들이 더욱더 많은 것을 깨우치는 데
기본이 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빈자리 없이 채워진 너 자신의 아득한 몽매의 들판을 망상의 먼지로만 채우지 말고
새롭게 광명의 지혜로 채워야 하니 먼저 눈을 뜨고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라...”
2012년 3월 19일 제마법선사 서산 청강 장선생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