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는 안 보고 왜 선녀만 찾으셔요?"

지리산 뱀사골 입구의 어느 기도처에 가면,
현관에 10살 먹은 어린아이의 키만한  바위가 하나 버티고 앉아 계십니다.

그런데 주인장이 그 바위 앞에 새벽기도하면 해뜰 때쯤되면 바위에서 보살이나 선녀가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바위를 몇시간 동안 기도한답시고 잘 들여다 보니까 아무것도 나타나는 분이 없어서 심심한 일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다음 날 왜 나타나는 분이 없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기도원력이 없어서라고 하더군요.

"바위만 있으면 되었지 무슨 기도원력까지 있어야 선녀나 보살님이 나오는가요?"

웃으면서 물었더니,

"믿는 게 없어서 그러신 게지요."라고 답하시더군요.

믿어야 보인다면 차라리 안 믿겠다고 했더니, 그 분 다시 웃으면서,

"그럼 바위만 열심히 보세요."하시더군요.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다시 들여다 보았더니

....그제서야  바위가 저를 보고 웃으시며,

"왜 당신께서는 바위는  안 보시고 선녀만 찾으셔요?"

하시더군요


2009년 4월 25일  제마법선사   청강  /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