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도인들이라 칭하면서 영병을 고쳐 준다고 하는 일은 중생구제는 아니고 되레 모두 속임수가 아닙니까 ?
그들은 병을 고쳐준다는 명분을 가지고서 오히려 인연을 망가뜨릴 수도 있쟎아요 ?
만약 그 사람이 병을 앓아야 악업이 사라지고 악연을 깨우친다면 그냥 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답변>
이 문제에 대하여 알기 쉽게
유마거사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문수보살님이 어느 날 유마거사가 아프다는 소문을 듣고 유마거사가
누워 있는 방문을 두드렸답니다.
" 자네, 왜 이렇게 아파 누워 있나 ?" 하자,
" 중생들이 모두 아프니 나 역시 아픈가 봅니다."
이때 유마거사는 정말 중생들이 아파서 아프다고 한 것은 아닐 수도 있
겠지요.
자기가 아픈 것을 중생이 아프기 때문이라고 거짓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요.
이미 자기도 중생이잖습니까 ?
내가 아파서 아프다 하면 <환자>이지만
남들이 아파서 내가 아프다 하면 <보살>이 된다는 생리를 잘 아는 속임꾼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생이 즐거워 나도 즐겁고, 중생이 기뻐서 나도 기쁘다고 하였더라면
어디서 유도탄이 날아오든 알 바가 아닌 하늘 만치,
큰 마음 큰 사람이겠지요.
왜 아픈 사람에게 메달려서 모두들 훌륭해지려 할까요 ?
유마거사는 그런 객기에 찬 어설픈 말을 하지는 않았으며,
언제나 중생을 사랑하던 유마거사는 거짓 행동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따르는 이들이 다 그런 말을 지어 낸 것이지요.
유마거사는 중생의 아픈 마음과 몸을 대신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결한 답을 드리지요.
병을 고쳐준다고 해서 인연이 무너지나요 ?
반대로 안고쳐 준다고 해서 그대로 인연이 멈추나요 ?
병은 병이고 인연은 인연일 뿐입니다.
비록 악업으로 인한 영병을 앓고 있다고 하여도
그 사람에게 진정한 자비심의 여지가 남아 있다면
당연히 환자의 영병을 낫게 만들어 줄 배포 넓은 아량이 요구됩니다.
최소한 고통을 경감시켜줄 도량이 서야 합니다.
욕을 먹더라도 그 일은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신벌을 받아 고통 속에 헤맨다면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라도
덜어 주려 하는 일이 바로 제마입니다.
고통을 받으면서도 악심을 굽히지 않는 자가 있다면
스스로 악심을 굽힐 때가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 일이 또한 제마입니다.
만일,
내버려 두고 자연에 맡긴다면,
더구나 과거세 악업의 소치라고 물리친다면,
악업의 업장이 너무 깊어 손을 쓸 일이 아니라고 회피한다면,
그는 마의 친구이며 , 언젠가 마의 등속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다만 혜택을 받는 이로서 마음이 서 있지 않다면,
그런 이들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 하여 영병을 고치는 일은 해야만 합니다.
중생 때문에 아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2006년 7월 14일 제마 법선도 김세환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