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 14:23
법문 1 "사라진 화두자리"
큰 스님들은 늘 작은 말씀을 쉽게 하시듯이 그렇게 제자들에게 법문을 하십니다.
좋은 가르침에는 크기가 남다를 것 같으나 너무나 평범하고 또 별것도 아닌 주제임에도
가슴에 삥하고 꽂히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세요.
넌 뭘 그렇게 열심히 파고드느냐 ?
- 별 것도 아닙니다. 지난 번에 주신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그렇게 들고 서있습니다.
지난번에 내가 너에게 뭘 주었는데 ?
- 네, 가슴속에 담아 두어야 할 말이 어떤 것이 있느냐는 화두였어요.
그 말을 넌 아직도 품고 있느냐. 그냥 잊어도 될 일인데 그래.
그래서 무슨 결과가 생겨 났느냐 ?
-- 아직도 그러고 있습니다. 아무런 진전이 없어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
그래 풀리지 않고 계속 고통만 준다면 다른 걸 물어 볼게 .
- 너는 가슴속에서 덜어 내야만 할 말이 혹시 있는가 ? 있다면 그 말이 무엇인가 ?
제자는 비로소 화두로 들고 있던 그말이 생각 나서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 이제서야 생각납니다.
지난번에 주신 화두를 품고 있어 고통스러웠으므로 , 이제는 정말 그 말을 빼내고 싶어집니다.
그러자 스승은 다시 묻습니다.
빼내면 고통이 사라지느냐 ?
화두를 품어도 고통이고 빼내면 고통이 사라지니 그 또한 고통이로세.
이젠 어떤 화두도 얹어 줄 수가 없으니 말이네.
그런데 마지막으로 물어 볼게, 너의 화두는 도대체 어디에 얹혀 있었더냐 ?
그 순간 제자는 일확 대오하게 되었답니다.
어디에도 없는 내 마음자리에 화두를 얹어두다니 , 이런 낭패가 있나 ?
하면서... 확철하게 말입니다.
선심화보살
[해평]
마음자리라는 말은 기억의 창고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수시로 변하여 정해진 바없는 그 마음의 움직임을 가리킵니다.
담아두어야 할 말과 빼낼 말이 따로 있겠나요 ?
그럴 리가 없지요.
거기에다가 어느 자리에다가 화두를 얹어 두었다니 정말 믿을 바 없는 자리에다가 두고
뭔가를 얻어 보겠다고 골똘하게 생각을 했을 겁니다.
허망한 주제를 가지고 허망한 자리에 두고 고민하다니.....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움이 다가왔고, 나중에는 풀지 못하는 갑갑함에
고통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화두를 준 것이 아니라 걸림(장애)을 준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걸림이 있다면 어디에 걸려 있느냐고 다구쳐 묻자
비로소 그 자리가 사라지고 없음을 깨닫게 되며 그제서야 한 없는 희열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본래 공한 자리인데 어디에다 화두를 얹어 두고 고민을 한다는 소리인가 ?
깨달음이란 빈자리를 찾아서 그 자리에다가 뭔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빈 자리를 그대로 두고 더욱더 넓혀 나가는 일을 가리킵니다.
일체상이 사라지고 한 없이 넓고 태평한 차원을 느끼는 일을 가지고 통털어 말하기를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서산
2019년 11월 12 일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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