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의 길 5 ] “신령대화의 유형과 그 차이”
인간이 신과 이야기할 때 직접 대화하는 것을 직접신령대화라고 하고, 이 때는 접신자가 자기와 신령 둘 사이에서 차근차근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나 희곡의 대화 부분을 한 사람이 읽는 느낌을 줍니다.
한편, 신령의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하면서 내용을 전해주는 것을 간접신령대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령이 몸에 들어와서 접신하여 말하는 것은 통틀어서 신통대화(접신대화)라고 합니다.
신통대화 중에서도 말하는 이는 가만히 있고 오직 하나의 신령이 나타나서 자리한 사람에게 독점적으로 말하는 것은 강신대화(내림대화) 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나타나신 신이 여러 분일 때는 역시 신통대화가 적합하며, 그때는 접신하는 사람이 지닌 영적 감수성에 따라서 확실하게 여러 신들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곁에서 듣는 사람들도 여러 신령들 사이의 차이를 쉽게 알아차리게 해야 만 정상적인 신통대화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영혼 대화를 한 가지 사례를 통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2009 년도에 선덕 여왕릉에 가서 직접 왕릉의 주인이신 선덕여왕님을 모시고 말씀을 주시도록 했습니다. 그런 형식이 바로 강신대화입니다. 제 영혼이 제 몸에 있으면서도 선덕여왕의 영혼을 불러서 그분의 말씀을 직접 전하도록 했습니다. 그 시대의 말을 하기 때문에 현대어로는 도저히 말이 상통하지 않으므로, 제 몸에 깃든 다른 분의 통역이 필요했습니다. 인간세계에서는 고대어와 현대어의 차이가 심하므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시대의 신라지역의 말이 통역을 통하여 그대로 오늘날의 말로 직접 전환되어 쉽게 전달이 가능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짓이 하나의 사술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너무나 전후의 정황에 맞으며 내용이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결론적인 말씀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역시 나타난 신령이 그저 그 시대에 죽은 귀신의 영혼이라기보다는 영적으로 이미 해탈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말해서 선덕여왕님의 혼은 일반인의 혼령과 차이가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집니다. 아주 편안하고 사뿐한 상태에서 말씀이 술술 나오게 해주시더군요....
최근의 무당들이 이런 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면, 신이 와서 말을 하는데 누가 보아도 어색하고 ,접신자 본인의 본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감정으로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다시 말해서 신이 와서 말을 한다면 역시 신이라고 할 만한 느낌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런 면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굿을 하면 신을 불러 말하는 대목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굿을 함께하는 가족이나 친지 분들이 이런 식은 아닌데 하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냥 자기가 혼자 중얼 중얼 되뇌는 독백이면서도 마치 신이 말하는 것 같이 보여준다면 그것은 그저 가식된 흥행술이거나 잘못된 사슬일 뿐이라 하겠습니다.
진정으로 신령을 불러 대화에 임하여야할 것이며, 자기가 말을 만들면 안 됩니다.
신뢰에 금이 가므로 그런 사소한 점에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2012년 3월 28일 제마법선사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