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불사 이야기
어느 조그만 암자에 늙은 스님 한분과 동자승이 살고 있었다.
저녁나절 까지 동자승이 스님을 기다리다가 보니 절 아래 길에 낑낑 매면서 돌부처 한 분을 지게에 지고 올라오신다.
반갑게 뛰어 내려가서 그 부처님을 얼른 받아 가지고 절 안에 모셨다.
몸 높이라고 다 해봤자 두 척도 안되는 작은 부처였다.
" 스님, 이제 우리 암자에도 부처님이 생겼네요."
" 그래 말이다. 이제 부처님이 오셨다."
이름만 삼불사였지 사실 그곳은 옛적에 절이 있던 폐사지로서 지금은 작은 오두막하나가 서있을 뿐이다. 거기에 부처님이 오셨으니 동자승으로서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난 것 이상으로 기쁜 일이다.
" 그런 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
" 그게 뭐냐 ?"
" 우리 절 이름이 삼불사니까, 이제 두 분만 더 모시면 되네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그럴 것 없지."
동자승 생각으로는 삼불사 이름에 부처님 한 분이 오셨으나 또 두 분이 오셔야 삼존불로서 이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 스님, 제가 정성껏 기도해서 두 부처님을 더 모실게요."
" 어허, 그것 참, 쓸데없는 소릴 다 하네."
시간이 흐르고 삼년, 동자승이 사미승이 되려고 새로 사미계를 받는 날이다. 동네 사람들도 축하하는 의미에서 다들 모였다. 여 나뭇 명이 모여서 경을 치고 있는데, 이제 곧 난데없이 동자를 면하려는 스님이 노스님에게 묻는다.
" 스님, 어째서 두 분의 부처를 더 모시는 것이 쓸데없는 일인가요 ? "
" 이놈아, 아직도 그 뜻을 모르느냐 ? 여기가 삼불사였다가 망한 이유를 알려 주면 그때야 알겠느냐 !"
사미계를 내려 주려고 하시던 노스님의 이마만 찡그려뜨렸다.
이어서 불호령 같은 노스님의 말씀이 이어진다.
" 너도 부처고 나도 부처니까, 여기 계시는 부처님 한 분이면 벌서 삼불이 다되었는데, 뭘 더 바래서 또 모실려고 그래 ? 옛날에도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절이 망한 거야."
그도 그럴 것이다.
돌부처 한 분에다가 노스님은 이미 깨달으신 분이니 살아있는 생불이고 장차 공부하면 동자승 역시 부처님이다.
자리를 함께한 동네 사람들도 노스님의 말씀에 허리를 굽혀 절을 올린다.
2005년의 부처님 오신 날, 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2005년 4월 26일 영산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