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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법문] “그리운 숭산스님...만나고 싶습니다”

 

 

이 일도 제법 오래 전의 일이군요. 17 년이나 지났군요.

1996년 병자년 초여름에 미국에서 사시다가 돌아오신 숭산 행원스님을

화계사에서 정말 오랜 만에 만나 뵈었습니다.

 

“ 오랜만이야.. 만난 지 한 20년 되었네. 자네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어” 하시면서

주위에 앉아 있던 수좌승 들에게 소개하신다.

“ 이 친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역술인이 되었다지 뭔가...”

정말 활달하셨습니다. 그 전에 일본 동경에 있는 홍법원에서 마지막으로 뵌 것이

1972년도 초니까 정말 오래 만에 뵈었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셨습니다.

 

“내 자네에게 퀴즈를 하나 내주지” 하며 책 한권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 책은 숭산스님의 법문집이었습니다. 냉큼 펼치시더니 앞 갈피에 법시(法詩)를 서슴없이 적으십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金世煥 大居士

 

靑山自不動 白雲自去來

雲山本空裏 四五是二十

 

  丙子 6月 23日

 

  山崇 山 拜

 

 

...푸른 산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데 ,흰구름은 스스로 오가네,

...구름과 산은 본래 속이 비었건만 , 4 x 5 는 이십이구나.

 

 

그런데 내용 중에 뭔가 퍼뜩 다가오지 않았던 부분이 며칠 전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 번 들춰 보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적어 놓으신 “山崇 山 拜” 라고 하신 부분입니다.

법호 그대로 무엇 때문에 “崇山 拜”라고 적으시면 될 일을 가지고, “山崇 山 拜”라고 적으셨을까 ? 앞에 산 하나를 덧붙여 적으셨습니다.

“山崇 山 拜”라면 그 의미가 “山을 모시는 山이 절합니다”가 됩니다.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山이 될 것을 그 시기에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저 스스로 西山으로 변해 가는 저 자신이 늘 고맙습니다. 20 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야 崇山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다시 한 번 그분의 고매하신 품격을 느껴봅니다.

 

  ...... 산이 구름과 만나 本空裏인데 스님이 어찌 저에게 本空이 아니겠나이까 ?

 

하루 빨리 만나  뵙고 싶습니다..

책 받은지 벌써 17 년이 지나서야 어리석은 제자가 비로소 엎드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용서하십시오.

 

 

 

2013년 11월 27일 제마 법선사 西山 청강 장선생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