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7 16:08
[제마법문] “그리운 숭산스님...만나고 싶습니다”
이 일도 제법 오래 전의 일이군요. 17 년이나 지났군요.
1996년 병자년 초여름에 미국에서 사시다가 돌아오신 숭산 행원스님을
화계사에서 정말 오랜 만에 만나 뵈었습니다.
“ 오랜만이야.. 만난 지 한 20년 되었네. 자네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어” 하시면서
주위에 앉아 있던 수좌승 들에게 소개하신다.
“ 이 친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역술인이 되었다지 뭔가...”
정말 활달하셨습니다. 그 전에 일본 동경에 있는 홍법원에서 마지막으로 뵌 것이
1972년도 초니까 정말 오래 만에 뵈었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셨습니다.
“내 자네에게 퀴즈를 하나 내주지” 하며 책 한권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 책은 숭산스님의 법문집이었습니다. 냉큼 펼치시더니 앞 갈피에 법시(法詩)를 서슴없이 적으십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金世煥 大居士
靑山自不動 白雲自去來
雲山本空裏 四五是二十
丙子 6月 23日
山崇 山 拜
...푸른 산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데 ,흰구름은 스스로 오가네,
...구름과 산은 본래 속이 비었건만 , 4 x 5 는 이십이구나.
그런데 내용 중에 뭔가 퍼뜩 다가오지 않았던 부분이 며칠 전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 번 들춰 보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적어 놓으신 “山崇 山 拜” 라고 하신 부분입니다.
법호 그대로 무엇 때문에 “崇山 拜”라고 적으시면 될 일을 가지고, “山崇 山 拜”라고 적으셨을까 ? 앞에 산 하나를 덧붙여 적으셨습니다.
“山崇 山 拜”라면 그 의미가 “山을 모시는 山이 절합니다”가 됩니다.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山이 될 것을 그 시기에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저 스스로 西山으로 변해 가는 저 자신이 늘 고맙습니다. 20 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야 崇山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다시 한 번 그분의 고매하신 품격을 느껴봅니다.
...... 산이 구름과 만나 本空裏인데 스님이 어찌 저에게 本空이 아니겠나이까 ?
하루 빨리 만나 뵙고 싶습니다..
책 받은지 벌써 17 년이 지나서야 어리석은 제자가 비로소 엎드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용서하십시오.
2013년 11월 27일 제마 법선사 西山 청강 장선생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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