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01 16:15
“ 깨우침이란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걸 똑 바로 아는 거란다.”
어떤 스님이 큰 스님에게 말했답니다.
" 스님, 저는 공부를 충분히 해서 경전도 어느 정도 외우고 그 뜻을 헤아리게 되었고
법문도 이제는 곧잘 할 줄 안다고들 주위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런데 늘 스님께서는
제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니, 무엇이 모자란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스님 곁에 온지도 어언 20 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저도 나름대로
제 길을 펼쳐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대로 그냥 머물다가 자칫하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드리는 말씀이오니 부디
제 청을 들어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질문인지 부탁인지 모르나 제법 처신하기 어려운 말을 들은 스님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답을 주셨다지요.
" 얘야, 네가 어찌 경문을 다 했다 할 수 있으며
네가 어찌 법문을 터득했다고 할 수가 있겠느냐 ?
평생 먹을 밥을 이미 다 먹었다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구나. 참 걱정이다. 네가 제 스스로
답을 내고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라."
모자란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 본 질문인데
답을 주시기는 커녕, 그렇게 하도록 해라
하시니 참으로 난감한 답이라 할 수 밖에요.
큰 스님이 해주고 싶었던 그 답이 무엇이었을까요 ?
답:
입문즉 퇴문이니 걸림이 없으며, 배운 것은 곧 잊어야 하는 것이니라.
깨우침은 세상만사가 아무 것도 아닌 걸 아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감히 하는 너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걸 똑 바로 아는 거란다.
2013년 10월 1일 제마법선사 서산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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