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인의 길은 천천히 가야”
[보내오신 편지]
우리 어른들은 어떠하실까...
그래..내가 잘해야겠구나~했던거죠.
바로 그 부분이 제게는 힘에 겨웠나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한걸음 나가면 될 것을 이제 갓 걸음마 뗀 것이 뜀박질을 하려했으니...
그래서 주신 말씀이신가봅니다.
이래야 한다..저래야 한다 라는 속박(?)에 묶이지말고
그냥 옳은길..옳은 행실을 행하면 그것이 흔히 말하는 道의 길임을....
선생님이 주신 글중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것 같은...' 이라는 말씀과
제 할머님이 주신 말씀이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정향을 두르고 맑은 기운으로 기도를 드렸지요.
아주 귀한 공부를 또 했으니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여 몇 번이고 마음에 새겨놓았습니다.
그리곤 아주 잠깐 동안
강인지 개천인지 모를 곳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상어인지 고래인지가 물속에 서있는 제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저는 뭔가 싶어서 두려움 없이 그 물체만 보고 서있는데
크~게 한 바퀴를 돌더니 제가 보는 대각선 쪽에서 벽을 뚫고 나오듯 그 물체가 또 다가옵니다.
그리곤 제 옆에 머물더군요.
눈매는 매섭고 붉은 기운이 있었으나 성질은 온순했나 봐요.
제가 얼굴부분을 쓰다듬어주니 얌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고래일까? 상어일까? 꼬리 부분을 보니 상어는 아닌듯 하고 ㅎㅎㅎ
여하튼 기분은 좋았습니다. 편안하고^^
제가 큰 공부 한거 맞죠?^^;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길 듯 합니다.
[법문]
죽음이라든가,파멸이라든가,절망이라든가,애린같은 모든 비관적 요소를 버려 버리는 일, 상어든 고래든 큰 고기를 대하듯이 두려워 말고 선뜻 나설 만한 용기가 절실합니다. 장대 끝에 메달려서 수삼년간 고행하던 이들이 결국 힘이 받혀 그만 둔다기보다도 , 거의 모두가 겁이 나서 내려오지요. "무유공포전도몽상"하면, "구경열반삼세"라고 하는 반야심경의 실천적인 핵심부분을 말한다고나 할까요. 누가 밥이 다 되었다고 허거들랑 , 이제 시작이거니 하고 , 미리 누릉지 긁어 먹을 생각일랑은 아애 하지 마십시오.
사실 신령의 길이나 도의 길이나 매 한가지로 어렵긴 하지만 가다가 보면 아마도 그 길이 같은 길임을 아실 날이 올 겝니다. 우리들이 신령님 만나는 일을 가리켜 내림이라고 하고 도통하는 일을 가리켜 오도견성이라고 하는데, 공통점이 뭔가 하면 둘 다 사람을 벗어난다기 보다는 진정한 인간으로 회귀한다는 점입니다.
신기한 것은 신령들은 진정 인간으로 돌아간 사람을 무척 사랑하고 보살펴주신다는 점이고, 오도견성하여 부처가 되는 일도 잘 들여다보면, 나와 우주만상의 본성을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므로 그 게 인간으로 회귀하란 말이 아닙니까
도통하는 거나, 성불하는 게 무슨 벼슬 하는 걸로 생각지는 마십시오.
[질문자의 회답]
선생님의 글귀를 읽노라면 마음부터 울렁입니다. 몇 번을 다시 읽어 내리며 크게 뛰는 심박수를 느낍니다. 저는 갓난아기를 보면 매번 이리 말을 합니다.'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거라~' 건강하고 바르게....저는 道 도 모르며 成佛 또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무지렁이 입니다. 다만, 참사람으로 거듭나고자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의 줄을 놓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마음 깊이 새기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6월 4일 제마 법선사 김 세환 합장
[추가 법문]
머리로 아는 것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고 깨우치는 일이 소중함을
아직 모르던 어린시절에도 왠지 여리고 아픈 기억들이 있었지요.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을....
우리는 짧은 생이므로 모든 것을 서둘르는 버릇이 생겼나 봅니다.
그러지 맙시다.
오래 살기 보다는 더 멋지고 훌륭한 내일을 살기 위하여 오늘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지요.
마치 숨바꼭질 할 때처럼
천천히 꼭 꼭 숨어서 머리끝이 보이지 않는 자세로 말입니다.
제마 법선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