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하나 곱하기 다섯으로 가라.”
약 20년 전 월정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대웅전을 돌보고 있던 정향 스님이 해거름이 가까운 시간에 이상한 짓을 하는 여인을 보게 되었답니다.
절을 세 번하고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달랑 불전에 올려놓고 또 절을 세 번 하고서는 만원 짜리 한 장을 달랑 올려놓고 또 다시 절을 세 번하고 나서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달랑 올려놓고..... 5 번이나 만원을 올려놓으며 삼배 절을 하니 보는 사람도 고개가 아플 지경입니다.
보다 못한 정향 스님은 여인에게 묻습니다.
“ 제가 뒤에서 지켜보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요. 무엇 때문에 돈을 올릴 때마다 절을 하십니까 ? 한 번에 하시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오 만원 올려놓고 단 번에 하시면 편하잖아요. 번거롭지 않으세요 ?”
요즘과 달리 불전에서 돈 이야기를 하기도 멋쩍은 시절이었으나, 너무나도 해괴한 짓을 하는지라 본시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정향스님의 성격으로서는 대들만도 했습니다.
피시식 웃습니다.
그리고는 왼쪽 검지손가락부터 콩나물 세듯이 하나 씩 쏙쏙 내밀면서 여인은 이렇게 대꾸한다.
“하나 곱하기 다섯은 다섯이고요, 다섯 곱하기 하나도 똑 같이 다섯이지요 ?”
그 말이야 누가 모르나 ?
점점 더 이상한 여인이 되고 맙니다.
멀뚱하게 보고 있으니, 이번에는 한판 내리친다.
“그러니까 아직 성불을 못하고 법당이나 지키고 계시는가 봅니다. 스님께서는...”
이런 창피함이 또 있겠나 싶었겠지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습니다.
“그래서요 ^ / ^ ~?”
성질이 날만도 하지만 그래도 사자암에서 토굴 생활 10년 하고 법당지기가 되었으니 화를 내도 화가 나지는 않고 , 왠지 더욱 궁금하고 부끄러웠다.
여인은 입술을 쫑긋이 내밀면서 마치 약 올리듯이 얼른 법당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정향 스님이 저에게 오셔서 이 이야기를 말씀 하시는 날 그 여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기도해 보니 그 여인은 보현 보살님이 잠시 몸에 들린 여인이셨습니다.
“ 답을 드리지요. 저는 여러 사람에게 들려 법을 가르칩니다. 그날 오랜 세월 전이지만 정향은 너무 어렸어요. 이제는 그 뜻을 알고 계시지요 ?”
정향스님은 저와 함께 배례하며 답했습니다.
“ 그럼요, 이제 알고말고요. 하나곱하기 다섯은 다섯이고
다섯 곱하기 하나도 다섯이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
이것이 바로 돈오선의 요체입니다.
2008년 4월 3일 제마법선사 법산 김세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