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흉내”
오랜 옛날 인도의 어느 마을에 사람이 하는 행동을 제법 그대로 따라할 줄 아는 원숭이 한 마리를 키우던 도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도사는 원숭이가 길에서 배고파 헤매는 것을 보고 집에 데려다가 10년 넘게 함께 살았습니다.
원숭이는 매일 같이 도사 곁에서 수련하고 환자를 고쳐주는 흉내를 냈습니다.
도인에게서 병을 고치려고 모인 사람들 가운데 그 재주 많은 원숭이를 한 번 보려고 환자를 따라오는 사람도 섞여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도사 흉내를 내는 원숭이를 보고 깔깔대며 박수치고 웃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도사가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이웃마을에 가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원숭이가 병 고치는 흉내를 내어 영병 걸린 사람을 뒤로 자빠뜨렸다가 뒤통수가 깨지며 피가 흐르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원숭이가 옆에서 오래 동안 흉내 내는 것만 보아 오다가 , 은연중에 사람을 고칠 수가 있을 줄로 알고 아무 능력도 없이 동작만 따라 하던 짐승에게 열매를 따다 주고서 환자를 고쳐 달라 청했다지 뭡니까.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원숭이는 병을 고쳐 줄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고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다치게 만들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도사에게 몰려와 가지고는 당신 원숭이가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하니까,
원숭이를 믿고 병 고쳐 달라고 매달렸으면 매달린 사람이나 아니면 원숭이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지, 왜 나에게 묻느냐고 했다지요.
도사는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사람을 고치는 행동에 나설지도 모르는 원숭이의 품성을 무시하고 이웃마을로 나들이 간 책임이 있겠지요. 그러나 원숭이가 영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은 사람들도 참 어리석습니다.
그저 파적거리로 웃기는 짐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던 원숭이가 흉내를 낼 때 그저 그 행동이 흉내라고만 생각하고 깔깔대고 웃던 일을 잊어버리고 어느 사이엔가 원숭이도 도사처럼 능력이 생겼을 것으로 깜박 믿어버린 그들 책임인 것입니다.
하지만 원숭이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흉내 내는 원숭이임을 그들이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세상에도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물론 영적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미묘한 힘으로서 인간에게도 있을 수 있고 원숭이에게도 있을 수 있지만, 도사의 행동을 그저 흉내만 낼 줄 아는 자칭 도사 원숭이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을 수가 없었겠지요.
2007년 8월 18일 제마법사 김 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