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뒤의 미래 투시--미륵사지에서
미륵사지는 월악산 깊숙히 사방에 영봉을 끼고 야밤중에도 고요히 촛불을 밝히고 있다.
어둠 속에 점잖게 서 계시는 미륵불 앞에 어떤 사람들이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는 모습이 먼 발치에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상황이 아닌 영시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어찌 보면 이는 상상에 불과하다. 함께 동행한 사람에게 말했다.
" 지금 저기 미륵불 앞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
" 아무것도 안보이는데요 "
" 그렇지요. 지금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 가보면 압니다. 한 사람은 50대 남자이고 한 사람은 무당인데 나이가 60줄이지요. 그리고 젊은 여자도 한명 있습니다 "
200미터 떨어진 지점이라 그 앞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함께 기도장에 올라갔다. 찬 바람이 휘몰아 치는 산중 깊은 골의 미륵불이 내려다 보면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자리에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묵언 기도를 한 다음 미륵 보살에게 올리는 다라니를 암송하고 이어서 33배를 올리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마도 시간이 1시간 쯤 흐른 뒤였을 것이다. 아래 쪽에서 이 밤중에 사람들이 올라온다. 마침 기도를 끝내려던 참이라서 다행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해 보자 아까 영시해 보았던 사람들이다. 50대의 남자와 60세 가까운 보살 그리고 젊은 여자 하나가 있다. 그들은 무언가 소원이 있어서 새벽 1시에 이 자리에 온 것일게다.
" 자, 그럼 우리는 먼저 갑니다. 자리 정돈 잘해주세요 "
한 마디를 남기고 내려왔다.
이런 일을 가지고 미래투시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불과 1시간 뒤에 어느 특정한 자리에 사람이 오는 것을 영시하는 일은 단순하고도 미묘한 일이다. 보려고 하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투시하는 것은 미래의 일과 현재의 일을 하나로 묶어 버리는 통시술(通時術)이 전제 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사람은 그때 그때 시간에 얶메이기 때문에 근미래의 투시도 불가능한 것이다. 이 투시술을 가지면 위험을 미리 방지할 수가 있다. 모든 사건과 사고는 이 능력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무력해질 것이다. 가스폭발이나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 같은 것을 영시할 수 있다면 미연에 자신의 몸을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렇다면 미리 알아서 그런 사고가 생기지 않게 해주면 어떠냐고?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미래투시를 하는 것은 발생할 일이니 만약 막는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까 ? 그리고 막아서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면 영시는 엉터리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