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의 법칙 ( the Law of Chun-do / how to move the spirites to the paradise)
1. 영가 천도란 무엇인가 ?
어느 날 제자에게 제령이나 간단한 퇴령의식만 하지 말고 정식으로 천도를 하라고 하니까, 천도가 뭐냐고 되묻는다.
그냥 보면 그게 그것이고 하나도 다를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퇴마사들이 손쉽게 구사하는 퇴마행위는 거의 모두 천도의식이 아니라 단순하고 즉흥적인 일시적인 제령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잊어서는 안 될 요소가 있다. 퇴마를 하는 사람이 그 상대를 그저 괴롭히는 귀신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 유명(幽冥)을 달리한 인간” 이라는 점이 머리 속에 새겨져 있어야 하며, 그들은 요즘 유행하는 괴물(怪物)의 개념이 아니라 대체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똑 같은 수준에서 일상생활을 하던 평범한 사람들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천도는 불교 용어이지만 “ 어떤 영혼으로 하여금 가장 적합하고 편안한 영세계의 자리로 이동시켜 주는 종교적 구원 행위” 이다.
그래서 문자로도,
薦度라는 한문 글을 쓴다. 천도는 영혼을 추천하여 법도에 따라서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일이므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천도를 맡은 사람이 이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법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천을 헤매다가 산 사람과 인연을 지어서 다시금 그들의 세속생활에 함께 파고들어 가족에게 빙의하여 귀찮은 일을 저지르거나,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하여 , 영혼을 완전히 분리시켜서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영혼들만의 세계)로 보내는 일이 바로 천도의식이다.
2. 영가 천도의 종류
영가 천도에는 크게 나누어 49재 천도의식이 있고, 또 하나는 초령천도의식이 있다.
49재 천도재는 사망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기일로부터 49일 동안 기도하면서 그 이가 극락으로 갈 수 있게 기도하는 천도식이고, 초령 천도재는 영가로 인하여 말썽이 많을 때 그 이를 위한 위령재를 올리고 적합한 영계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식이다.
법사나 퇴마사가 올리는 천도는 대체로 초령을 전제로 하는 천도의식일 가능성이 많다. 왜냐 하면 49재 천도식은 사찰에서 올리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력 천도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 일이 한계가 있으며 천도하는 일이 영 능력을 요구하는 무리한 일이므로 법력(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의뢰하여 실행한다.
3. 영가 천도시 5 가지의 필수요소
영가천도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천도해야 할 확실하고 합리적인 이유
천도를 맡은 사람의 영 능력과 신앙심
신앙과 천도를 주관하는 신적 존재
영가와 천도의뢰인 사이의 합심일치
주술적인 천도절차의 빈 틈 없는 실행
(1) 천도해야 할 확실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성립되어 있는가 ?
때에 따라서는 영혼을 대상으로 천도하는 일이 반드시 정당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귀신이 빙의하여 사람의 몸을 괴롭히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빙의된 영혼과 대립관계에 있던 사람으로서 용서하지 못할 죄를 지었을 때는 참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빙의령이 되어 타인을 괴롭힐 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내용도 잘 모른 채 함부로 병을 고쳐준다는 취지에서 영가천도를 하는 일은 인과응보의 법칙을 깨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천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확실해야 하고 그 이유가 합리적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2) 천도를 맡은 사람이 영 능력과 신앙심을 갖췄는가 ?
영혼을 천도하는 사람은 영가와 소통하고 부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절차에 따라서 영가를 원하는 곳으로 보내 줄 수 있는 이동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일을 하려면 종교적 신앙심이 강하고 불보살신과도 직접 소통할만한 능력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3) 천도의식에 합당한 신앙과 천도를 주관하는 신적 존재가 있는가 ?
천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의뢰인은 신앙심이 없어도 무방하지만 천도를 주관하는 천도자는 반드시 신앙심이 투철해야 하고 영가를 천도할 신적 존재와 함께 중간자로서 대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신앙심이 미미하거나 전혀 신앙심이라고는 없는 천도자는 자기의 염력이나 영력을 심지어 기력으로 천도한다고 운운하지만, 귀신을 천도하는 일을 인간의 힘이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처음부터 그런 설명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관음보살이 천도의 주신일 경우는 천도자가 그 신령체를 몸에 받아서 천도의식을 수행해야 옳다. 자기 몸에 싣지는 않고 신의 힘만 받아서 천도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으나 이런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더구나 예를 들면 천도와 전혀 관계없는 천신이나 산신에게 부탁하여 천도시킨다고 주장 한다면 이는 천벌을 받을 일이다. 천도의식을 주관하는 신은 별도로 존재한다.
(4) 영가와 천도의뢰인 사이에 합심일치가 되고 있는가 ?
예를 들어서 영가를 천도하는 일을 의뢰한 사람이 영가와 대립구조일 때 중간자로 나서서 이를 중재할만한 법력이 있어야 한다. 의뢰인과 영가 사이에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지속적인 대립구조가 깨지지 않아 화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 무조건 귀신을 쫓아 주세요.” 하는 부탁을 받고서 천도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해야 하며, 그 천도대상에 대하여 의뢰인이 자비심을 가진 상태에서 천도식이 진행되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증오심이나 경멸하는 마음 등 부정적인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진행하면 안 된다. 따라서 의식을 진행하기 이전에 이점에 대하여 반드시 의뢰인 측에게 알아듣게끔 설명이 필요하다. 영가는 순순히 떠나고자 하고 의뢰인은 보내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이 서로 교차되어야한다.
(5) 종교적 천도격식과 주술적인 절차의 빈 틈 없는 실행이 이뤄지는가 ?
모든 절차는 내용을 담는 중요한 그릇이므로 격식과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 특히 주술적 의미를 띄는 주문과 영적 변이를 위한 주술행위가 대단히 중요하다. 천도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주관하는 의식이므로, 천도자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빈틈없이 천도의식을 진행해야 한다.
부적 한 장을 태우더라도, 영가 축원을 위한 목욕 관정의식을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시행해야 한다.
(계속)
2006년 8월 23일 청강거사 /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