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이 어느 마을을 지나다 보니 여인이 하나 울며 나타나서 일곱 살 먹은 아들의 버릇을 고쳐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 아들은 선천적으로 아주 포악한 성품을 타고나서 닭 모가지를 치는 버릇이 들어 심심하면 닭의 목을 따는 것이 일과가 되다시피 하고 있단다.
너무나 잔인한 짓을 손님이 오면 더 신이 나서 해 벌이는지라 속을 태우고 있었던 참에 , 도력이 높은 스님이 지나간다니까 기다렸다가 부탁을 드린 것이다.
수 십명의 동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서 그 아들이 지닌 잔혹한 성품을 어찌 고치는가 하고 고개를 들이 밀고 원효스님을 둘러 쌌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을 불러 오라고 하고는 대좌 한채 3시간 정도 묵묵히 자리하고 앉아 꼼짝달싹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리 사람들 중 바쁜 사람은 흩어지고 , 할 일 없는 노인과 아이들만 자리에 남았다. 그냥 묵묵히 앉아 있던 원효스님은 아이들 보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스님은 벌떡 일어나서 뒤뜰로 가더니 닭을 잡아 목을 움켜 쥐고 제 자리로 왔다.
손에는 칼이 들려져 있다.
곧 바로 아들이 앉은 자리의 앞에 바싹 다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칼로 닭모가지를 탁 하고 치니까 붉은 피가 아들의 면상에 쫙하고 뿌려진다.
" 악 ! 이게 무꼬 ? 스님이 이게 뭐하는 짓이고 ?"
놀란 아들이 자빠지니까 사람들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님이 어떻게 닭의 목을 치느냐고 소리소리하며 고함을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라서 도망가는 여인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그 때 잔혹한 마음이 사라졌다.
전생부터 따라다니던 살귀가 사라진 까닭이다.
동시에 피가 머리에 뒤집어 씌워지는 바로 그 순간에 자기의 잘못된 성품도 깨달은 것이다.
---- 발 보리심
원효스님은 살생이라는 큰 죄를 범해 가면서 까지 한 중생의 잔인한 성품을 고쳤다.
어머니는 놀라면서도 그 이후에 아들이 전혀 잔혹성을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대사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950516 서산 스님의 증언/ 본문에서 전재: 2005년 10월 19일 법산 김세환
<조언 한마디>
" 주술이라고 해서 적당히 부적이나 해주고 하는 게 주술이냐 하면 그게 아니고, 이렇게 원효 스님 처럼 귀신 속을 꿰뚫고 감동이 가는 일을 해야 진짜 주술입니다." / 장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