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어느 형제는 둘이 모두 정신질환자이다. 그뿐 아니라 아버지를 비롯하여 가족들 중의 많은 사람이 목구멍이 막혀 피를 토하고 죽었다. 어머니는 특히 이 두 아들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좋다는 병원과 한의원, 무당집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의 병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병원에서 신경안정제를 먹이지 않으면 소란을 피우는 일이 계속되었다.
어머니가 나를 만나러 오게된 것은 Y보살의 소개 때문이었다.
Y보살은 그전부터 여러 사람을 나에게 소개시켜서 지병을 고치게 하여준 보살도를 가는 사람이다. 내가 처음 그 어머니를 보는 순간의 일을 떠올려 보자.
"이 사람은 살인자를 잉태하고 키워야 하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무거운 업장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저 자기의 팔자가 사나워서겠지....하는구나!"
인간의 무의식세계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한심한 일을 많이 보는데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하게 느낄 때가 자기의 업을 깨달으려 하지 않고 그저 팔자타령을 하는 경우이다.
그러니까 더욱 더 신불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업장의 굴레 속에서 고생하다가 사라져간다.
"잘 들으시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전생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요. 만약 자신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내 말을 중지 시켜도 좋소, 하지만 그게 다 진실과 일치하는 내용이니 다소의 차이가 느껴지더라도 부정해서는 안되오. 아주머니의 아들은 전생에 살인을 저질렀소. 그리고 매우 슬픈 일이지만 외삼촌 다시 말해서 아주머니의 남동생이 바로 아들로 다시 태어났소.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은 그 동생이 또한 살해당한 피해자란 사실이오."
이 말에 그 어머니는 깜짝 놀라
"그래요. 내 동생이 죽기 전에 나한테 말한 적이 있어요."
나는 이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눈빛을 살펴보았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망상증을 가진 사람일 때 상대가 말하는 것을 그냥 자신이 들은 말인 것처럼 착각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머니의 눈은 틀림없는 진실을 담고 있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해방되고 나서 우리 가족은 황해도에 살던 땅을 버리고 남쪽으로 내려왔어요. 남동생은 서북청년단에 들어가서 제주도에 일을 하러 갔다가, 어느 날 나한테 찾아와 이러는 거예요.'누님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내용을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모르는 일로 하고 넘어 갔지요. 그러다가 피신하던 그 아이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몇 달 뒤에 들었어요."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우리 동네에서 바느질 가게를 하는 어느 부인을 떠올렸다. 그 사람의 남편도 역시 1.4후퇴 때인가 남하하여 현재에 이른 사람인데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 되는 사람은 전쟁통에 사람을 죽인 인과관계로 엄청나게 허리가 아픈 증상이 있었다.
그런데도 남편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서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자리를 떨쳤다.
만일 그 사실을 인정했더라면 허리 정도는 그 자리에서 나았을 것인데 절대로 그 점이 용납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잘못이나 가족의 불행한 과거를 밝힌다는 것은 물론 쓰라린 일이다.
그러나 원혼(怨魂)이 빙의되어 사람을 괴롭히는데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므로 가료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가 나로서는 참 고통스럽다. 어떤 사람은 증거가 있냐고 따지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본격적인 살인자가 되기 쉽다. 자신의 죄를 참회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 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영혼 속에 그 기억이 그대로 남아서 재생되는 까닭이다.
나는 그 어머니가 동생의 살인행위를 긍정하고 또한 두 아들로 출생한 사실을 받아들여 준데 대하여 다행으로 생각했다.
업살을 푸는데는 무엇이 중요한가?
과거세에 있었던 비행을 인식하고 참회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니 부처님께서도 보살펴 주시겠지요.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 번 이 일을 맡아서 해봅시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다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이런 인과의 불행을 푸는 열쇠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 살인이라는 무서운 인연은 반드시 새로운 살인이나 정신질환, 선천성 불구 등의 응보로 나타난다.
지옥으로 가서 형벌을 받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
차라리 지옥으로 가면 인간적인 불행감은 없을 것이다.
●외삼촌..............큰아들
●피살자..............작은아들
※ 이 두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으면서도 끊임없이 서로 싸운다고 한다. 전생의 인연 때문에 한 가정에 태어나서 서로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무슨 죄가 많아서 이런 아들들을 잉태하여 고생하는가?
그녀 역시 과거세에서 잔혹한 짓을 많이 저질렀다. 그래서 생명의 소중함을 자식의 불행을 통해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팔자만 원망하니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