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8 21:14
[제마서간] " 부처님 오신날에 제자와의 대화"
오랜 교류로 엮어진 제자가 보내온 편지에 답을 드렸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운 현재와 과거의 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조심스레
답장을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의 과거가 변치 않아도
이미 변하고 있었으며, 아무리 변화하고 있어도
역시 변치 않는 부분도 있음을
저절로 느끼게 만드는 제자의 편지였기 때문입니다.
[보내 온 편지]
선생님께 올립니다.
가정의 달, 그리고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삼보에 귀의하오며,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어저께는 시골에서 부산으로 유학길에 오른지 36년,
당시 기숙을 하였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여 살았던
시장통이었던데 많이 변하였겠지
하는 마음에 36년 전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거슬러 찾아간 그 곳은
그때의 가난의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
하나도 변하지 않는 상태로,
아니 더 바랜 모습으로
후미진 뒷켠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재래시장이었던 그 지역에 새로운 복합몰이 들어서고,
다니던 초등학교도 작지만 정비를 하여
단아한 모습으로 있었고
아이들도 뛰어 놀고 있었는데,
그 집을 비롯한
전혀 손을 데지 않은 지역은
더 슬럼화한 모습으로 개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려도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집을 뒤로 한 채,
많은 상념과 성찰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
36년전 그 집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유학의 꿈을 가지고 올라온
한 어린이는 많이도 크고 변하였구나!!
그럼에도 아직도 이 집처럼 여전히 변하지 못하고 어디엔가 집착하고 낡은 의식과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성찰이 아닌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오랜 세월동안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한 사람을 보살펴주신
스승님과 불보살님의 하늘 보다 더 높으신
은혜과 가호가 계셨기에
배움의 마음을 놓지 않아니하고
10대의 서원과 배움의 정신을 버리지 않이하고
살아 오고 있구나
새삼 감사의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렀습니다.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아니하고,
그러면서도 또한 세상 속에서.
감사와 늘 배움의 깬 자세로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
늘 강건하시옵고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모님과 자제분의
건강을 함께 기원합니다.
2015.5.17.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부산에서
상하 두손 모아 올립니다.
[ 보내드린 답장 ]
상하님.....
가족분들도 평안하시지요?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두운 구석도 있고 돌아가고 싶은
애틋한 추억도 많지만 그런 데에 미련을 두면 아무래도 나이가 빨리
먹거든요.
시간과 공간에 어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과 뒤가 있겠는가만은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시간과 공간의 앞과 뒤를 살피고 살아가다가
가끔 뒤돌아 보기는 해도 역시 그 순간일 뿐,
머무르고 싶었던 그 모든 순간이 마치 꿈 처럼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지나온 세월 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늘 부지런한 생을 살아가기로 나하고 약속 합시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생을 담보로 살아갈 우리의 후진들에게 멋진 모습 남겨야 하지
않겠소이까 ?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달아 올리겠습니다.
불보살님의 가호가 깃드시길 빕니다.
2015 년 5 월 18 일 제마 법선사 김세환 합장 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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