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화 “ 천 년의 한을 풀고 싶어요 .”
하남시에서 잠실 쪽으로 가는 직통 코스가 있다. 사람들은 그 길을 고골 길이라고 부른다.
천 6백 년 전 백제가 하남위례성(지금의 하남시)에 도읍을 정하고 있을 때 그 길은 군사 작전도로였다. 그 길을 통하여 나가면 바로 몽촌토성(지금의 올림픽공원)이 나온다.
96년도 어느 비 오는 가을 날 밤, 그 길을 달려 하남시로 돌아오던 택시기사가 황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최 기사였다. 숨이 넘어가는 소리였다.
“ 귀신을 보았어요. 고개 길을 돌아오는데 길 앞 50미터 전방에 희끄무레한 형체가 서있더니 어느 사이엔가 뒷자리에 앉아 있는 거에요. 얼마나 놀랐던지 급하게 차를 멈추고 정신을 차려 보니, 암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 길은 오래 전부터 귀신이 나타난다고 소문이 난 길이다. 그래서 택시기사들도 웬만하면 밤중에 통과하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겼습디까 ?”
“ 머리를 길게 풀어 해친 남자였어요. 처음엔 여자귀신인줄 알았는데 뒷좌석에 앉은 모습을 얼핏 보니까 긴 머리의 남자였어요. 옷은 삼베 옷이구요.”
그 날 밤 1시경 고개 길에 가보았다.
고골 고개 길은 말굽 모양으로 휘어져 넘어간다. 말굽 모양으로 휘어지는 길목에 멈춰 서서 영혼을 부르자 곧바로 백제의 왕이 나타났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 참담한 모습이다. 그러나 위엄이 있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있다.
“ 나는 고구려 군사들에게 죽음을 당한 개로왕이요. 처음으로 당신이 나를 불러 세우는 구려--- 천년의 한을 풀고싶소.”
이어서 그는 아무리 자기가 나타나도 겁만 먹지 내가 누군지, 왜 나타나는지 물어 보려 하지도 않았다 한다. 왕을 위한 위령제를 올리고 나니 그 시대의 다른 귀신들도 줄줄이 나타나 천도해 달라고 한다. 한 50여 명을 천도해 주자 조용해졌다.
최근 들어서 그 자리에 다시 가보았다. 언덕 고개 넘어가는 길을 확장하고 있었다. 마침 거기서 수 없이 구덩이를 파고 있다. 도로확장 공사중, 백제시대의 유적이 발견되어서 학술조사를 하고 있었다. 요즘도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들린다. 아마도 천도가 안된 백제 군사와 가족들일 것이다. 백제는 공주로 천도해 가고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망국의 설움을 달래기 위하여 그들은 이따금 모습을 드러낸다.
*** 고골 고개 가는 길 ***
서하남 IC에서 하남시로 가는 길로 가거나, 하남시에서 고골 잠실방향 30-5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개 마루전 이성산성 입구에서 내린 다음 걸어간다. 중간에 길이 구부러지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백제의 군사 가족이 살던 동네이다. 거기서부터 귀신들이 자주 출몰한다.
2004년 7월 22일 대영계 청강/장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