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복개천 근처는 세월이 가도 지저분하고 뭔가 불안정하다.
4∼50년전 서울의 청계천 변은 대단히 복잡하고 진창길이 이어지는 동네여서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5.16 이후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도시현대화는 개천을 말끔하게 포장하여 도로를 신설하였고 그 위로는 삼일고가도로라는 근대화의 상징적인 도심관통도로가 달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청계천은 교통의 무질서와 복잡함이 가득찬 채 자칫하면 도심의 슬럼가가 될 위기에 빠져있다.
여기에서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합목적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도시계획을 하면 자연은 거기에 대응하는 반작용을 반드시 나타내고야 만다는 진리가 거기에서도 드러난다.
지기(地氣)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인간의 이용대상이 아니다.
지기란 그 자리에 사는 인간이 개별적으로 무엇을 원하든 말든 상관없이, 오랜 세월의 역사적인 변천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땅의 힘이며, 거기에 인간이 작용하는 요소는 비교적 미미한 편이었다.
그러나 청계천이 대규모의 인공적인 복개공사로 덮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어두운 모습을 하게 된 것은 그와 같은 자연의 기본적인 질서를 무시한 데서 온 결과이다.
물이 흐르던 자리를 마구잡이로 덮어 버린다고 해서 흐르는 물이 가지고 있는 힘을 막을 수는 없다.
더구나 더러운 물이 흐르는 위에 아무리 현대적인 건물을 짓고 도로를 개설하여도 더러운 물이 가진 힘을 누가 막을 수가 있겠느냐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
그런데다가 태양광선을 차단한 삼일고가도로는 더욱더 어두운 길로 만들어서 해가 비치는 길이어야 영속적으로 발전한다는 기본적인 도로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역행하였다.
그 공사에 이어서 빈민촌의 상징인 판자촌을 없앨 목적으로 단시일 내에 조성한 양쪽의 상가 아파트가 더욱더 어두운 길로 만들고야 말았다.
그래서 청계천은 헌책방, 공구상, 일반잡화, 봉제공장 겸 이를 파는 옷가게 등, 도심의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상점들로 가득 차 버렸고 나중에는 시외각지역에 단지를 새로 조성하여 무리하게 옮기려는 정책을 세워도 좀처럼 그 상권지역이 빠져나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자리를 어둡게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가 밝은 분위기의 새로운 도심을 건설하려는 정책입안자들의 모순된 사고방식에 정말로 의심이 간다.
*** 개천을 복개한 길목에서는 양성사업이 불가능하다.
(음성사업과 양성사업의 구분은 아래 도표 참조)
본인은 종로 5가 화창빌딩에서 현재의 자리로 옮기기 전, 복개된 대학천을 끼고있는 자리에 옮길까 신중하게 고려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 건물의 주인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그곳으로 가기를 포기하였다. 주인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서 계약을 하는 날부터가 아니라 처음 만난 바로 그 날부터 기산일로 잡자는 엉뚱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으로는 일단 약속을 하면 그 날이 계약일이라는 억지 주장이었다.
말하자면 개천가에 자리 잡은 곳에 허름한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복개를 하자 갑자기 땅부자가 된 까닭에 그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금전에 집착이 강해진 경우였다.
돈을 벌어도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금전감각이 생기는 법인데 그 사람은 그런 점이 대단히 부족한 것이다. 개천가의 사람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복개공사로 인하여 개발이익을 본 사람일수록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더 짠 사람이 많다.
더러운 물이 흐를 때는 '저 놈의 개천 때문에 집값이 싸다'고 불평하던 사람이 어느 날 땅값이 갑자기 오르자 더욱더 세상사를 모르고 돈에 집착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우스운 일이다.
** 음성사업과 양성사업의 구분 ***
<음성사업> <양성사업>
학원 서점
제과점 주점
가전제품판매업 의류판매업
백화점 장의사
문방구 전당포
주유소 은행
자동차판매업 음식점
병원 사진관
버스터미널 세탁소
청과물점 어패류점
약국 한의원
슈퍼마켓 유리액자업
철물점 고무제품업
도기류판매업 골동품상
의류판매업 숙박업
커피전문점 다방,까페
영화관 보석상
복덕방 가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