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터 이야기 (2)
■ 꿈에 본 그집
꿈에서 본 집이 실제로 있는 집이라면 얼마나 놀랄 일인가 ? 하지만 그런 일이 정말로 있다.
94년 1월 24일 새벽에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단층이 아닌 제법 높은 집이었다. 입구가 앞뒤로 나있어서 문상을 하러 갔으나 어디로 들어 설지 몰라 나는 엉겁결에 뒷문으로 갔다. 평소에 절친하게 지내는 김원장의 집이었다.(물론 꿈 속의 집은 내가 실제 가본 그의 집은 아니다) 뒷문으로 들어서니까 부엌이었고 아주 어두운 칙칙한 벽이 눈에 띄었기에 참 오래 된 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엌 안 쪽으로 시골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밀짝문이 나있는데, 거기에 삼베로 찢어 만든 천쪼가리가 길게 늘어져 걸쳐져 있었다. 나는 무심결에 "이런 걸 왜 여기다가 걸쳐 놓았어" 하고 북 뜯어 치우고는 그 방으로 들어섰다. 얻은 방안에 시신이 누워 있었다. 시커멓게 썩어서 오래 된 상태의 얼굴이 흉칙했다. 그때 반대쪽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김원장이 나타났다.
" 야 ! 일루 들어 오면 어떻게 해. 다시 나가서 정문으로 들어와!"했다.
김원장이 이르는 대로 나는 다시 뒷문으로 나와서 앞곁으로 가기 위하여 샛길로 나섰으나 아무리 정문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해도 무리였다. 길을 돌아 간다는 것이 아주 멀리 가버리고 결국 꿈을 깨고 말았다. 너무도 이상한 꿈이었다. 한번도 가본 일이 없는 집인데 생생하게 그 모양이 나타났다.
사흘 뒤에 은행에 다니는 C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다.
전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며칠전 새벽에 꾼 꿈의 집이 떠오르며 그때의 상황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랬었구나. 바로 그 꿈이 이 사람과 연관된 꿈이었구나"
그제서야 알아차린 나는 내일 12시쯤 온다는 그녀의 말을 잡아채어 지금 당장 오라고 말했다. 시간이 늦어서 곤란하지 않는가 하는 그녀의 미안한 말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오빠는 한달전에 담이 무너져서 거기에 깔려 죽은 아들문제로 분노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그냥 넘어 가려 했으나 억울해서 담 임자에게 고소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절대로 고소하지 말고 나의 비방을 가져가서 일을 처리하자고 제의 했다.
만의 하나라도 오빠가 고소를 하면 그 다음에 다시 죽음의 사태가 벌어지는 비극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내가 시키는 대로 그집의 은밀한 곳에 비적을 감춰 놓았다. 물론 그 집의 누구도 모르게 몰래 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정해진 날에 그녀는 그것을 치우라고 오빠의 아내에게 전할 것이다.
죽음을 막는다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혜로서 일을 피할 수 있음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