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수백 수천 가구가 밀집된 집단 주거지이므로 한가구 당의 입지 길흉이 있고 없고를 밝혀내기란 어려운 일로 볼수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굳이 입지의 길흉이 따르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은 매우 경솔한 태도이다.
어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일단 주민의 생활이 시작된 다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일반주택과는 다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대규모 공사에 의하여 수천가구가 살아가는 까닭에 한 번 잘못 선정된 입지는 수백년을 두고서 사람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선정된 몇몇 아파트 대단지는 전혀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곳에 단지로서 자리 잡았다.
먼저 서울의 동남쪽에 위치한 <분당지구>의 아파트 단지는 손방(巽方)의 음살풍을 그대로 끌어 들이는 위치에 있어서 그 곳에 대규모의 주거단지를 형성함으로 인하여 풍습의 타락은 물론이고 공무원의 기강을 쇄신할 수 있는 풍수의 힘을 약화시켰다.
옛부터 손이 지나치면 건(乾)의 쇄진을 촉진하고,자신과잉에 사치와 낭비를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여기서 서북에 해당하는 건은 곧 국기를 상징하는 청와대의 행정부를 말함이니, 국가의 기강이 흐트러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아파트 단지의 적격지가 날이 갈수록 부족해짐으로 인하여 평지에다가 건설하는 일이 많아졌다. <분당>이나 <일산>이나 <평촌>이나 <산본> 등의 신도시적인 개념의 아파트들은 거의 평지에 건설된 콩크리트 단괴(團塊)이다.
그러다 보니 교통이나 문화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나머지, 기(氣)의 이동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고층 아파트 건설은 최소한 30미터 높이의 산을 건설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대공사이다.
그런 거대한 콩크리트 덩어리가 평지에 들어 서면 그 지역의 기 순환에 막대한 변화가 생긴다.
말하자면 새로운 산이 생김으로써 기의 이동과 차단현상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은 결국 인간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