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이름 지어준 이야기”
대강 1995년도쯤의 일로 기억난다.
당시 연예계 사람들 중에서 한 참 뜰까 말까 망설이는 그룹들이 많았다.
극단 관계 사람들도 자주 오곤 했는데, 당시에 면담실 자리가 종로 5가였고, 소극장들이 많은 옛날 서울 문리대 자리인 동숭동과 가까운 지정학적 이유도 있었다.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청년과 함께 찾아온 사람이 자기가 개그맨인데 예명으로 쓸 만한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젊은이들이라서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한마디 씩 해주는 버릇 때문에 공짜로 쏴 주었다.
얼굴을 보니 기포도 있고 대강 잘 나가면 출세도 하겠지만 본명은 특징적인 면이 약한 것 같아 이미지로 한 몫 볼만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관상을 보면 음성이 걸쩍지근하고 약간 후라이가 포함된 대포도 잘 쏠 것 같았다.
“ 자네 이름을 이제부터 <구라>라고 하지 ?”
“ 응 ? 뭐요 ?”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전혀 걸림이 없다.
“ 그래요 ? 한 번 써 볼까요 ?” 한다.
물론 그 청년이 그때부터 그 이름을 사용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요즘 구라를 잘 풀어서 잘 나간다는 사람의 이름이 김 구라라고 해서 정말 그때의 김구라인지 아닌지, 나 자신도 확신은 할 수가 없다.
김 구라에게 혹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 볼만한 분이 계시면 확인 좀 해주세요.
작명료 추징 안 할 테니까.
2007년 10월 17일 제마법사 장선생 / 김세환
* 구라의 어원
구라라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거짓말이라는 단어 하고는 다른 뉴앙스를 가진다.
구라는 일본어의 <구라마시: 속임수>에서 나온 말인데 정말 그럴듯한 거짓말을
가리킨다.
그렇다고 해서 구라라는 표현은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일 때 쓰지 않고, 기본적으로 뻔한 거짓말일 때 쓴다.
" 저 , 사람 구랏빨이 아주 세거든...."
하듯이, 상대가 약간 과장된 말을 할 때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