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파는 주부와 할머니의 혼령”
이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일도 많습니다.
이유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30대 중반의 주부가 찾아 왔습니다.
그 여인은 아주 심한 분노증세도 함께 겪고 있다 합니다.
빙의되어 함께 온 영혼을 보니
그 여자에게 들어선 지 한 15 년 가까이 됩니다.
온 몸에 벌써 영혼의 집이 지어져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법 오래된 사람인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영혼과 그 여자 사이에 이렇다 할 혈족 인연이 따로 없습니다.
영혼은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다가 죽은 나이가 제법 많은
할머니이고,
이 여인은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소 ?”
영혼에게 물었습니다.
“ 나 말이요 ?”
“ 네, 할머니께서는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모양인데, 이 여인에게 들어 온 이유가 뭐요?”
싱긋이 웃습니다. 영혼이 찡그리면 자연스러운데, 그렇게 느닷없이 웃으니 좀 어이가 없고 오히려 섬찟하게 느껴지더군요.
“ 나요, 이 아이(여인)가 꼴사나워서 들어왔지요. 몸도 못 팔 만큼 성질이 못된 년이 몸 팔아 살겠다고 나서서 설치는 꼴이 너무 불쌍해서 내가 지켜주려고 왔지요. 내버려 두면 맨날 남편한테 얻어터질 게 뻔했거든.”
그럴듯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 여인은 이런 말을 합니다.
“ 남편이 실직한 이후로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애를 써도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어디 나가서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 영혼은 엉뚱한 말을 합니다.
“ 아니야, 이 아이는 아직 몸값이 그런대로 괜찮아. 한 달에 수입이 꽤 되지 아마, 내가 알고 있기로도 한 500 벌이는 해....”
누구의 말이 옳은지 ?
아무튼 여인이 가정주부인데 아직도 술집에 나가서 몸을 판다는 뜻이다.
“ 내가 되레 죽을 지경이야. 나이가 든 몸으로 젊은 년 몸에 들어와 버티자니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너무 색정을 밝힌단 말이야....”
할머니 혼령은 여인이 색을 밝혀서 그렇지 결코 자기가 머물고 있어서 무기력증에 걸린 것은 아니라고 사실을 부정합니다.
제반 사정을 다 듣고 영시하여 본 다음이라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이러다가는 곧 몸을 망칠 것이 뻔하니까 ,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고 천도를 하면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넌지시 여인에게 권했습니다.
“ 이제 그만 아주머니, 영혼을 보내 드리시지요. 이분이 그래도 오래 동안 지켜주신 덕에 그나마 몸이 지켜진 것 같소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드리면 몸이 훨씬 가벼워질 거예요.”
그런데 여인이 돌려준 답이 뇌리를 찍었습니다.
몸을 팔아서 살 생각은 전혀 버릴 엄두를 내지 않습니다.
“ 귀신이 몸에서 나가면 재수가 좋아 그 전처럼 돈을 많이 버나요 ?”
자신의 잘못된 생활방식을 고치고 영혼을 천도할 생각은 당초부터 없고 기만 봐달라고 하던 까닭을 알만합니다.
그 이상 이어 나갈 말이 없었습니다.
여인에게 해 줄 일이 없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라고 권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들어 가정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하여 매춘에 나서는 주부들이 무척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이런 빙의성 질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자기의 잘못된 생활태도와 돈 버는 방식에 대하여 조금도 바로 잡으려는 뜻을 보여주지 않는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놀랍니다.
2008년 10월 20일 제마법선사 장선생 / 김 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