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을 받으라고 무당을 소개해 주더랍니다.”
참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올해 들어서 벌써 몇 사람 째입니다.
부지런히 귀신 쫓던 유명한 법사가 귀신을 떼어내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기보다는 신 받는 일에 나서서 무속인을 소개해 주고 삼산 밟기를 해주고 다닌다 합니다. 삼산 밟기란 무업의 세계에서 무속인의 청탁을 받아서 산(山)기도하는 일에 법사가 나서는 일입니다. 세군데 산신을 만나서 무업을 하는데 필요한 승낙을 받는다는 의미의 일인데, 사실은 그 일이 내림무가 직접 하는 일이었으나, 요즘에는 항간에 법사가 나서서 그 일을 해주면 좋다는 소문 때문인지 어쩐지 확실하지 않으나, 아무튼 법사가 하청 받아 가지고 애동(입문한지 얼마 안 되는 일천한 무당)을 데리고 그 일을 해준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일이 났습니다. 굿 한 다음에 사고가 난 셈 이지요.
“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요. 무당이라면 사람을 보면 말이 술술 나와야 한다는데 전혀 그런 게 안 되요. 저에게 뭐가 문제일까요 ?”
그 여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뭔가 자기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신맞이 굿을 하게 된 동기도 그렇습니다.
그 법사를 찾아 가서 물어 보니 “신기가 있으니 신을 받아라” 하며,
서울 근처의 무속인을 소개해주더라 합니다.
그 여인이 저에게 울면서 하소연입니다.
내림굿할 때에 공수(무속인이 되어 신의 소리를 입으로 내는 일)고 뭐고 나오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안 보이고 들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게 웬 일입니까 ? 처음부터 내용은 없이 허울 좋은 형식만 밟은 것이지요.
몸은 여전히 여기저기 아프고 진전이 없으니까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 보러 여러 번 무속인 암자에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신 굿을 한 무속인은 무속인대로 만나 주지도 않고, 그 무속인을 소개해 준 그 법사한테 가니까, 그냥 기다려 보라고 했답니다. 심지어 성의가 없다고 신 내림을 한 그 무속인의 탓을 하더랍니다.
원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
처음부터 그 여인은 신을 받을 체질도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유사신기>일 뿐인데 판정이 잘못된 것입니다.
마치 신기처럼 보이지만 정신 착란상태에서 중얼거리는 일이 가끔 일어날 뿐이었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는 증상으로서 근본적으로 신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인데, 그걸 보고서 신기가 강하니까 신을 받으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이 걸 가지고 신을 받으라고 무속인을 소개했다니까 일종의 사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여기 와서 모두들 말합니다.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돈도 수 천 만원을 썼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엉엉 웁니다.
그러니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더군요.
“ 요즘 귀신을 쫓는 일 보다는 되지도 않는 신 내림 하는 일에 능사인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니 과연 정말이군요. 거기 가서 이리 전하시오. 굿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신기가 없으면 그런 허튼 짓일랑 하지 말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법사나 무속인이나 그런 짓하면 신벌을 꼭 받게 된다고도 전해 주시오.”
<참고>
신기 진단법
“자기에게 진정한 신기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자가진단을 하는 방법”
(1) 직감적인 생사분별 : 사람을 보면 죽을지 살지 직감으로 판단하여 정확하게 압니다.
(2) 꿈의 정확성 : 잡 꿈이 아닌 경우 확실하게 미래예지를 합니다.
(3) 신령적 판단력의 정확성 : 신령적인 대화로 사항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합니다.
(4) 신능자의 인정 : 지나가던 신능자라도 스스로 알아보고 본인의 신기를 인정합니다.
(5) 초월적 인생관 : 삶에 대하여 강렬한 집착이 없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전혀 집착하지 않습니다.
(6) 이타적인 본능 : 자기가 손실을 보더라도 남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이타성이 생동합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사람이라면 신기가 있다고 판단할 만합니다.
신병으로 고생한다고 해서 신기가 있다고 판단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며 ,이는 진정한 신기라기보다는 빙의성 유사신기입니다.
2007년 10월 17일 제마법선사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