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잡는 땅이야(殺夫之土)---- 그 이후에 일어난 일
2003년 4월이었다.
박 사장이 새로 땅을 샀다고 한다.
내 도움을 받아서 벼락부자가 된 그는 이번에 산 땅이 혹시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여 좀 와서 봐 달라고 했다.
마침 그가 새로 산 땅은 고속도로와 인접한 자리였고 박사장 처럼 기동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알아보니 가관이다.
" 여기서 죽을래요 ? "
엉뚱하기만 한 내 말에 그는 깜짝 놀라면서 가슴을 조아렸다.
"여기는 남편이 죽는 자리요. 물어 보시오. 바로 옆집의 남편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마 죽었을 거요"
나는 옆 집을 가리키며 그 집 부인에게 알아 보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그 집을 다녀 온 박 사장의 얼굴이 분색(糞色)이다. 확인해 본 후 너무나 놀란 것 같았다.
" 3 년 전에 돌아 가셨는데 고스톱 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답니다"
땅의 지기를 알아 보는 것과 살기를 알아 보는 것은 차이가 많다. 물론 풍수적 형국도 중요하고 과학적인 입지 조건도 타당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그 땅의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된 풍수 장(風水 匠)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 땅은 고속도로를 낸다고 허물어 보린 산맥의 살기와 새로 강을 쳐서 낸 강물의 살기와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살기가 3각형 공간 안에서 함께 만나는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박사장은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부 사이가 썩 좋지 않는 편인데 잘 못 이사와서 유명을 달리했다가는 내 말대로 될 것이었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옆집의 죽은 남편 귀신이 와서 하던 말이 떠올랐다.
" 허허,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남편 잡는 땅이야요.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 고속도로가 나고 산의 혈(穴)을 처내고 벌서 4명이 죽었거든요. 이 동네에서 이 땅이 제일 고약하지요---- "
2003년 5월 6일 통사
박사장이 2003년도에 땅을 매입한 후 팔았겠지 하고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자리에 부동산 간판이 달린 조립식 건물이 들어섰다.
우연히 2004년도 초에 앞을 지나게 되어 들어가 보니 거기에 박 사장이 떡하니 앉아있다.
" 이보시게 여기는 사람이 살 자리가 아니라고 했쟎았는가 ?"
"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얼버무린다.
가만히 보니 낌새가 이상하다. 아무리 보아도 이상한 일이다.
며칠후 동네 사람들이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거든다.
" 거기 땅 말이예요. 거기 박 사장이 잘 아는 무당이 와서 몇 천이나 주고 굿을 했데요."
굿을 했다니 무섭긴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거의 1년이 지나고 2005년 1월 박사장은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아무리 보아도 역시 그 자리는 집을 지을 자리가 아니었다.
2005년 1월 11일 청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