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귀무병,무귀유병(有鬼無病 無鬼有病)
“ 귀신이 있으면 병이 없고 귀신이 나가면 병이 난다”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
두 딸이 남쪽 땅 끝에서 나이 든 모친을 데려왔다. 지금 매우 몸이 아파서 데려온 것이라 했다.
“ 많이 아프신가 ? 어디가 아프신가 ?”
“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고, 특히 허리가 아파요.”
다리를 뻗치고 퍼져 앉았다. 나이 일흔이 넘었으니 아픈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이상하다. 있어야 할 귀신이 몸에도 주변에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귀신이 있다가 나간 것이 분명하다. 여기저기 머물던 흔적들이 영시해 보니 검푸르게 기에 멍 자욱으로 남아 있다.
“ 우리 엄마는요. 일 년에 한 두번 씩 이런 식으로 아파요. 아마 그때마다 귀신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
지금 그들이 온 것 같단다. 그러나 헛소리도 없고 그저 멍한 상태로 몸이 아플 뿐이다.
귀신들을 불러 보았다.
아주먼데 까지 빠져나가 있었다. 몸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딜 가도 귀신이 와있다고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 없는 귀신을 만들어 집어넣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 그러니 엉터리 같은 퇴마사들이 이런 병을 못 고치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부부 귀신인 두 사람이 먼저 오더니 이런 말을 한다.
“ 우리들도 좀 쉬어야 하지 않아요? 늙은이 몸에 들어가 있자니, 너무 힘들고 이 아이들이 그저 일만 시키니 안할 수도 없고-- 일 년에 한 두번 씩은 쉬러 휴가를 나갑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어머니는 아직도 딸네 집에 돌아다니면서 일을 거들어 주는 재미로 산다. 그러니 딸이 데려온 것도 어미가 영병으로 고생하니 불쌍해서라기보다도, 여러모로 생활에 보탬이 되었었기 때문인 게다. 귀신들이 들어 와 있을 때는 기운이 넘쳐 생생하게 활동을 하니 누가 귀신이 씌었다고 하겠는가. 평소에는 귀신의 힘으로 산다.
“ 어머니는 지금 귀신이 없어요. 그러니 귀신들 보내려면 먼저 이점을 알아 두세요. 어머니가 건강할 때 데려오세요. 그때 영적인 치료를 해 보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둘째 딸이 좀 머리가 잘 돌아가고 똑똑한 것 같다. 치료를 해달라고 매달린다.
“ 그렇다면 지금 어머니한테서 나가 있는 귀신을 불러서 완전히 없애 버리면, 오히려 몸이 나빠진다는 말씀이신데--- 그 문제는 어떻하지요? 어쨌든 간에 고쳐 주시면 좋겠어요.”
“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먼저 초령하여 귀신들을 불러서 없애고 나중에 기를 보완해 주어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귀신을 빼내고 나면 그때부터 오히려 몸이 더 아픈 일이 많다. 영적인 가료가 끝나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일이 그런 영병환자의 처리 후 기병문제다. 오랜 시간 고생했다가 제령을 했더니 더 몸이 아프더라고 하면, 이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다년간 기를 가료하여 제대로 처리해 왔던 일이다. 완쾌가 되는 것은 이 처럼 힘들고 어려운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마를 하는 사람들은 한번 대충 귀신을 처리한답시고 종교나 무속 행위를 한 다음에는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통상적 사례였다. 그러니까 병이 완벽하게 낫지 않는 것이다.
“ 자 다음 오시면 병을 확실하게 고칠 생각을 하시고 오세요.”
가족들과 의논한 끝에 그들은 다음에 와서 병을 고치고 갔다.
(요약)
이렇게 병이 나서 삭신이 쑤시고 아픈 기간이 한달 반 정도 지나면 그때 가서 몸에서 나갔던 귀신이 다시 오고 멀쩡하게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있다. 이런 현상을 <빙의성 건강: possesive health>이라고 하는데 아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귀신이 들어와서 아프다는 것은 이해가 가도 귀신이 없어서 아프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이다. 더욱 웃기는 일은 귀신이 나가고 없을 때 굿이니 천도니 하여 가지고 거짓으로 치병을 하는 일이다. 속지 말아야 할 일이다.
사람이 죽기 바로 직전에 정신이 맑아지고 유언을 확실하게 하고 가는 현상도 이런 마지막 빙의현상으로 인한 일시적 회복으로 본다.
2004년 12월 5일 대영계 서산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