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땅에 파묻어 둔 부처님을 개가 파냈다면 이게 무슨 의미일까 ?
대체로 주술이란 평범한 방식이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유심히 그 뜻을 헤아려야 하고 거기에 반드시 신과의 대화가 있어야 해석이 된다.
본래 개는 사람 다음 가는 영물이라서 땅에 묻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만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영혼의 기운이라도 있어 이상하게 느껴질 때는 가차없이 그 물건을 파낸다.
서울대에서 일하고 있는 역사학자 장 교수 댁에 식구들이 이유 없이 아프고 사고가 나는 등의 우환이 끊이질 않아서 그 댁에 영적 정화를 하여드렸다. 그리고 나서도 가끔 이상하게 몸이 아픈 사람이 나오는지라, 근본적인 액막이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인가 그 집 개가 죽었다는 말이 들렸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다치는 대신 생기는 불상사라고 할 수 있다. 곧바로 연락하여 장 교수에게 누렁개를 한 마리 사놓으라고 하고 그 집에 갔다.
6구의 작은 부처 상을 마련하여 땅을 파고 동쪽과 서쪽에 2, 북쪽에 하나 , 남쪽에 3개를 묻었다.
그 다음날 아침 사모님이 긴급하게 전화로 알려 왔다.
" 우리 집 개가 어제 묻어 주신 부처님 하나를 땅에서 파내 가지고 자기 집 옆에 버려 놓았어요. 어쩌면 좋지요 ?"
" 그럼 그 부처님을 모시고 오셔요 "
잘 들여다보니 부처님 잔등에 개 이빨 자국이 나있고 정말 물어서 꺼낸 것이 틀림없다.
아직 거기에 영기운(靈氣運)이 서려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집 남쪽에서 담을 넘어 침입하려는 잡귀였던 것 같다. 그 잡령이 부처님에게 빨려 들어가서 있을 때 개가 물어뜯어 쫓아 버린 것이다. 다행히 부처님은 큰 상처를 입지 않아서 조왕신과 함께 계시도록 부엌 찬장에 모시라고 일러 드렸다.
그리고 부처님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사모님에게 청했다.
* 조왕신은 부엌을 지키는 신으로 중앙에 자리하는 신이다. 어찌 보면 누렁이를 사게 된 것도 중앙(황색)과 연관된 일이고, 방위주법(方位呪法)에서 동서남북의 방위에 비로소 중심을 잡아 주는 일이 확고하게 갖춰진 셈이다.
" 개를 혼내지 마세요. 개가 참 영물이군요. 오히려 밥을 많이 주고 칭찬하세요 "
" 공연히 저는 그것도 모르고 혼을 냈는데. 돌아가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겠네요 "
사모님은 안심하고 돌아갔다.
물론 이후 우환이 뚝 그쳤다.
가끔 부적을 땅에 묻어 놓으면 개가 파내 가지고 자기 집안에 처박아 두는 일이 있다. 그들은 서슴치 않고 어찌 잘못 보자면 주술 일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해서 그 집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점이 바로 보이지 않는 세계의 힘이다.
2003년 3월 21일 청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