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신을 속인 자가 받은 형벌
그 해 여름은 참 긴 더위가 이어졌다.
더운 날씨는 사람들을 해이하게 한다면서 법사도 얼음물을 들이키면서 불평이 대단했다.
"빌어먹을 날씨가 사람을 죽이네, 날이 이러니 사람들이 어디 꼼짝이라도 하겠나 ?"
그때였다.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사는 차분하게 목소리를 가다듬고 상대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기 연구손데요"
"그러세요. 제가 너무 아파서요. 도와주실 수 있어요 ?"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말도 하지 않고 무조건 찾아오겠다며 내용은 와서 말씀드린다고 한다.
그러면 그러려므나 하고 기다렸다.
3시 반쯤 지나 조금 햇살이 누그러질 때가 되자 오이처럼 얼굴이 작은 아가씨 하나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법사는 그녀가 정말 아픈 사람일까 의심이 갔다. 하지만 ---직감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은
아픈 표정이었다.
몸집에 비하여 지나치게 얼굴이 작은 사람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관상학의 기본을 간과한 것이 불찰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당장 쓰러질 듯 다가와 앉았다.
" 여기가 아파요. 어깨하고 머리가 땡기면서 어지러워 죽겠서요. 아무래도 귀신이 씐 것 같아요 "
아주 자기 혼자 진단을 다 내려 버린다.
아무리 봐도 귀신이 들리진 않았다.
기의 혼돈으로 인하여 생기는 병도 많으므로 개의치 않고 귀신이 씌었건 아니건 관계없이 병이 나으면 되지 않는가 ?
기를 잘 봐주니 조금 앓던 소리가 작아지면서 숨을 돌린다.
말하자면 그렇게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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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일이 있고나서 석달 남짓 세월이 흐른 초겨울이었다.
잘 알고 지내는 기치료사 황대문(가명)이 찾아왔다.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니 못할 말이 없다.
"법사님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속아 넘어가셨더군요"
무슨 소린가 모르겠다.
속아 넘어 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듣고 보니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자기 도량(기수련원)에 새로 온 여자가 하나 있는데 자기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원장 님, 거기 왜 귀신도 잘 보고 기도 잘 보는 선생이 하나 있지요. 종로 5가에. 원장님도 아시는 분일 거에요--- 그 사람 정말 귀신 보는 사람 맞아요 ? 내가 보니까 엉터리에요.
제가 지난 번에 가서 엄살로 귀신이 씐 것 같다고 하고 막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까 --- 그냥 속아 넘어 가던데요. 그리고 뭐 기를 봐준데나 하면서 모션을 취하더니 금방 가라고 하데요. 호호호
웃기지요. 그런 사람이 무슨 병을 고칠까요 ? 거짓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에요 , 호호호---"-----------
황 원장은 그 여자가 지금도 자기 수련원에 다니고 있는데 마음이 찜찜해서 사실을 확인하러 왔다고 하였다.
그 때 원장에게 아무 사감 없이 귀띔해 주었다.
"주의하세요. 그런 사람은 또 다른 데 가면 자기가 다니던 곳의 악구를 아무 가책도 없이 말 할테니까 "
황 원장은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면서 차 한잔 마시고 돌아갔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도 않고 사람 역시 지나가는 시간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특히 기를 다루고 병을 보고 영혼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그런 일은 마음에도 두지 않는다.
그렇게 엄청나게 빠른 시간이 5년이나 지난 며칠 전,
머리가 작은 그 여자가 결국 죽었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왜 죽었을까 궁금했다.
황 원장 네 수련장에 있었던 사람이 책을 가지러 왔다가 정말 이상한 말을 하였다.
" 참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갑자기 수련을 하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집으로 갔어요. 며칠 뒤에 진단이 뇌암으로 나왔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나서 며칠뒤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어요"
모두가 우연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혹시 그런 고약한 마음을 알아본 귀신의 벌을 받은 것은 아닌지 ---
이후 그런 유형의 사람이 오면 상대를 알고 있는 이상 도와주지 않는다.
속아넘어가 주는 일이라고 해도, 신을 상대로 조롱을 하게 내버려두었다가 어쩌면 어리석은 사람이 그 보다도 더 한 벌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2002년 9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