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스토리
제목: 뼈 속까지 파먹을 거야
1. " 외조부가 씌어서... "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핏빛 하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튀어나온 광대뼈 사이로 푸른 기운이 감돌 정도였다.
" 무슨 일인데 ? 날 찾아 온 거지 ?"
나이는 서른 살 정도, 더러운 차림에다가 깡마른 모습이 마치 정신병동에서 갓 나온 사람 같았다.
이렇게 첫 대면이 시작되었다.
"건강이 안 좋아서요. 마침 친구가 선생님이 내신 책을 보고 가보라 해서 왔습니다.
그 친구가 그러는데 영혼의 병 문제를 잘 해결해 주신다 그래서요"
" 어떤 증상이 나타나십니까 ?'
어린 아이 같지만 말을 놓으면 안 된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자존심이 지나쳐 오히려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 저는 원인 모르게 이렇게 깡마른 몸입니다. 벌써 오래 되었어요. 대학을 다니다가 몸이 유지가 안 돼서 학교도 그만 두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그는 자가치료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좋다는 치료를 다 받아 보았지만 신통치 않아 그만두고 지금은 집에서 자기가 이것저것 책을 보면서 치료법을 스스로 개발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리산 신신약 도사의 책도 거의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둥 쓸데없이 말이 많았다.
역시 심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런 환자들은 겉으론 온순한 채 지내다가 여차하면 대들고 미친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나중에 딴소리하는 일도 있다.
" 그럼 댁의 보호자와 함께 오세요. 이런 병은 쉽게 해결하려 하다간 나중에 더 어려워지니 모친을 불러 함께 오세요 "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알고 지켜주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그의 모친과 함께 오라고 말했다.
다음날 그녀는 모친과 함께 나타났다.
사실 그 병은 모친을 통하여 영적으로 유전된 빙의병이었다.
모친의 부친 다시 말해서 외조부가 빙의하여 그 귀신이 저지르는 병이었다. 그 점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며, 영병을 영적으로 유전시킨 장본인인 모친을 빼고선 이 병을 치료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부른 것이다.
" 우리 00 는 정말 이상한 아이예요. 저녁에 자지도 않고 계속 에로 비디오만 봐요. 그리고 낮에 자고 밤 만되면 설친단 말예요"
딸의 병에 대하여 처음에는 말을 잘 하지 않던 그녀는 전형적인 빙의 증상을 자세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 우리 00 는 몽정(잠을 자다가 에로틱한 꿈을 꾸면서 정액을 분출시키는 생리증상)을 자주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지가 속옷을 빨고 난리 칩니다.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점점 몸이 말라 가고 --이젠 생리조차 없어졌어요."
그 때였다. 00의 엄마 옆에 외조부 귀신이 나타났다. 밤이 되면 나타나는 귀신이 대낮에 나타나서 말을 한다.
그녀가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동안 그 귀신은 옆에서 자기도 말을 이어간다. 두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나로서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
다.
"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 내 손녀가 몽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이년의 전생이 원래 음탕한 것이니까. 이제 나이가 서른이 되었어도 시집도 가지 않게 하니 당연하지. 지 애미가 보내지 않는데 내가 봐 줘야지 별 수가 있나 ? "
그런 소리를 하는 옆에서 어머니 되는 이 여자는 계속 00의 병 증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을 이어 나간다.
" 아휴, 글쎄 얘는 말이죠. 말을 안 들어요. 병을 고치려면 마음 자세를 바로 해야 하는데 맨날 이상한 비디오나 보고 자다가 그러는 걸 전들 무슨 수로 막겠어요 ?"
어머니는 본래 딸의 성적인 문제에 대하여 그런 구체적인 말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인데 하나도 부끄러움 같은 것이 없이 뻔뻔스럽게 말했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중년여자가 와서 자기는 언제나 나이 어린 20대 남자만 보면 그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여자와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다. 전체적인 느낌이 좀 느끼하고 색정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자기 자식의 성 문제라고는 해도 그리 쉽게 말하기 어려운 법인데 태연하게 설명이 되는 모양이다.
그 때 옆에 있던 외조부 귀신은 이런 말을 하였다.
" 엄마라고 하는 이 아이도 별 수 없어. 딸년 병을 고쳐 준다고 도사 놈 하나를 알아 가지고 그 놈 하고 붙어서 그 짓을 하다가 그만 도사 마누라한테 들켜 가지고 혼 줄이 났지."
2. 모친의 의미 있는 항변
외조부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점령통치 하던 강점시대에 종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최고악질 고등계형사(독립운동가들을 체포 구금 조사하는 일을 하던 경찰부서의 형사)였다.
8.15 해방이 되어 죽었는데 그 영혼이 따라붙고 있다. 살아 생전에 나쁜 짓만 골라서 했으니 죽은 원혼들이 그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지 않았고 붙잡아 매어 그렇게 헤매게 된 것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던 습성이 남아 있어서인지 어딘지 독하고 살기 띤 색기를 풍긴다. 차림새는 제국시대의 형사 차림으로 레닌 모자를 쓴 더블 양복 차림이었다.
외조부가 이어 말하였다.
" 딸이 귀신 병에 걸려들었으면 열심히 치료하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딸 핑계를 대고 드나들면서 병 고칠 도사 놈하고 놀아나는 아주 나쁜 년이지. 그러니 더러운 몸에서 태어난 딸년이 병이 나을 이유라곤 없는 게 당연한 일이야"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말하면서 외조부란 귀신은 00의 어미, 다시 말해서 자기의 딸이 저지르고 있던 비행에 대하여 매도하였다.
00의 병은 한 마디로 말해서 빙의성 과잉성욕증이었다.
이런 병은 정신병리학에서는 섹스 메니아나 독신 포비아라고 불리는데 성적인 면에서 과잉의식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다른 방면에는 별단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나이가 30세 가 된 상태에서도 자기가 어떤 차림을 하여야 하고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응대해야 하는지 조차 판단하지 못하였다.
앉아 있으면서도 끊임 없이 손톱을 파고 있다.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면 흘깃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린다.
자기의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성적인 면 이외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그래요. 이 아이는 내가 지금 까지 돌보아 왔어. 이 애미라는 년은 아이를 치료한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그 핑계로 정신과 의사는 물론이고 절의 스님이나 목사나 가릴 것 없이 자기 멋대로 헤집고 다니는 미친 년이지... "
외조부의 영은 이 여인 앞에서 자기의 말을 한없이 늘어 놓고 있다.
잠시 00에게 영시하려고 집중할 때였다.
갑자기 아이의 어머니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 흐 흐 흑---"
흐느끼듯이 기가 막힌 소리를 내던 그 다음부터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이상한 독백을 하였다.
" 내가 니년 때문에 더러운 놈한테 갖은 수모를 다 당해 가면서 병을 고쳐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별 짓을 다했는데---- 흐흐흑--- 이게 뭐냐 ? 도대체 이게 뭐냐 말이다. 이 망할 미친년 너 때문에 내가 갖다 바친 돈이 얼마이고 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너는 모를거다---- "
이때 외조부는 차디찬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곁들였다.
" 지 년이 미친년이지. 왜 딸년 때문이라고 거짓말해 ?"
5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외조부가 영혼의 손을 쑥 내미니까 앞으로 픽 쓰러졌다.
마치 기를 전공하는 사람이 멀리서 사람을 밀치는 것처럼 보인다.
귀신이 밀어서 그런다기 보다도 아주 자연스럽게 기운이 빠져 쓰러지듯이 보였다.
묻지도 않은 말을 서슴치 않고 하는 그녀.
외조부의 말 그대로 문제는 딸 00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이상한 느낌표를 가진 색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는 듯 외조부는 자기가 본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잘라 가지고 중요한 장면만 보여 주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통시적 영시(通時的 靈視)라고 한다.
사건발생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방 영혼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순식간에 여러 상황들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므로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허름하게 쓰러져 가는 초가집 같은데서 남녀가 잡스럽게 엉켜있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금방 푸른 색 와이셔츠를 입은 40대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눈을 부릅뜨고 여자를 노려 본다.
그 다음에는 바닷가 바위가 보이고 거기서 정좌하여 참선하고 있는 머릿칼이 하얀 노인도 보인다.
이 모든 장면들이 나중에 00의 모친이 말하는 고백 속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00의 모친은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오른 쪽 목덜미를 자세히 보면 약간의 분홍빛 나는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 무늬는 마치 문장 기호 가운데 느낌표 ( ! )처럼 보인다.
" 이봐 , 법사양반 내 딸년의 목을 좀 보라구. 잘 보면 그게 이 아이의 무서운 저주야"
보충설명을 해주는 외조부였다.
"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소 ?"
"차츰 알게 될건데 서둘게 없지"
00은 여전히 딴전을 부리고 있었다. 앞으로 엎드려 흐느끼던 00의 모친은 숨을 돌이키고 슬며시 시선을 마주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교감의 시작이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모친은 실제로 남자와 관계를 갖는 행동을 보이는데 00은 전혀 그런 일이 없고 정신세계에서만 성행위가 이뤄진다.
그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
그 일은 외조부라고 하는 빙의령이 모친에게 빙의했다가 지금은 손녀에 해당하는 00에게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통제하기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아무튼 모친은 엄청난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딸의 치료를 핑계삼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귀신을 쫓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과 기이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나이가 이미 50세 초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러한 충동을 자제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법사 님, 혹시 제가 성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이 아이가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
가만있다가 갑자기 내뱉는 이 말이야말로 마귀의 상투수단이다.
자기가 성욕을 느끼면서 흔히 말하는 도사(영능력자)들과 관계를 가지고, 딸을 치료하기 위하여 자기는 어떤 희생도 마다 않고 치르고 있다는 망상을 하는 여인이다.
자기를 받아 들여서 딸의 성욕을 억제해 달라는 주문이다.
--과연 이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가 ?
딸을 내세워 선량한 남자들을 성욕의 제물로 삼아 건드리고 다니는 것이 누구의 짓인지 의심이 갔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음)
대뜸 외조부를 향하여 물었다.
" 이거 당신이 시키는 짓이지 ? "
분노의 소리가 들려 왔다.
" 무슨 헛소리 그년은 본래 색마라고 하지 않았나 . 내가 이미 말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가 ?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 "
되래 큰 소리를 치면서 자기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 말이 옳을까 ?
모친이 엉뚱한 말을 하여 옥신각신 시비가 붙을 때쯤이었다.
정말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졌다.
4. 뼈 속까지 파먹을 거야
00이 갑작스레 날뛰었다.
"우악우아, 꺄꺅"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발작을 한다.
눈이 뒤집어지면서 붉게 충혈되어 벌벌 떨고 있다.
00은 자기 자신이 아니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외조부의 영혼은 순식간에 모친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들은 일정한 영적 행동의 페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제서야 드러나는 것이었다.
모친과 00은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다.
"이년 네가 이제 그 모습을 보여줘야 치료가 된다. 빨리 너의 본 모습을 보여라"
모친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흐흐흐 너의 뼈속 까지 내가 파먹을 거야. 그냥 내버려 둘줄 알아 ? 어림 없지.
너 같은 년은 빨리 뼈가 삭아서 걷지도 못해야 해. 이 더러운 년----"
이런 증오의 말은 도저히 자기 정신으로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조용히 다가가서 00의 속에 무엇이 들어가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가 살펴보았다.
00의 가슴에 모여 있던 모래알 같은 덩어리들이 점차 머리 위로 솟아오르더니 이윽고 머리를 뚫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네 갈래로 나눠져 나오는 모래 같은 영기는 구름 같이 주위를 멤돌다가 다시 00의 가슴팍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몇 사람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가루가 되어 00의 몸속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모친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 그 딸에 해당되는 00의 몸 속에서 여러 가지 충동을 해대면서 괴롭혔다.
이 영혼의 덩어리는 00의 몸속에서 모친에 대한 저주의 말을 하고 있다.
" 00, 그런 소리하지 말고 자기의 말을 좀 해봐"
법사로서 당연한 말이지만 00은 들은 채도 않았다.
" 이 더러운 년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
5. 의문스러운 외조부 영혼의 정체
온 정신으로 돌아온 00은 자기 병의 근본원인이 자기의 모친에게 있다고 소리친다.
모친은 자기를 여기 저기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곳을 데리고 다니며 그 동안 정말 몹쓸 짓을 했다고 한다.
자기가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그 모든 악행을 딸의 병을 치료하는 핑계로 삼아 온 것을 고백하였다.
국내에서 유명하다는 도사들 중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 오로지 숨쉬는 방법만으로 도를 전공할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사람에게 신선으로 받들어지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 말을 전부 믿을 수 없으나 시기적으로 볼 때 나이가 많이 먹은 그 도사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일이 00의 모친이 벌린 그 일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모친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일을 하면 딸 00은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서 과다 성욕증에 시달리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졌다.
그 날은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고 그 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난 다음 하루 뒤에 귀신으로 나타났던 외조부 영혼을 다시 불렀다.
어미에게 빙의하고 있는 귀신이라서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순순히 내게 다가왔다.
"귀챦게 왜 자꾸만 불러대는 거야 ? 재미 보고있었는데--"
정말 영혼의 표정치고는 짜증나는 괴이한 얼굴로 한참 즐거운 시기에 왜 불렀냐고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절에서도 딸을 치료받고 있는데 거기 사는 중이 아주 매력적이라서 놓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영혼은 비록 딸을 욕하면서 그런 음탕한 생활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는 말이다.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지금 00은 어떻게 되었소 ?"
아무 일 없는가 알아 보고싶은 것은 외조부의 영혼이 뭔가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쉽게 외조부영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는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불러 달라고 하면서 홀연히 사라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분명히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외조부의 영혼과 00의 몸 속에 들어가 있는 영혼사이에 무슨 보이지 않는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숨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궁금했다. 그러나 섣불리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며칠이 지난 다음 모친으로부터 뵙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6. 신이 주신 사람
00과 함께였다. 00은 영적으로 조금 정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보게되면 영세계에서 오는 악한 파동이 줄어든 것도 분명했다.
보이지 악령을 퇴치하려고 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믿으면서 모친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상기된 표정으로 이번만은 틀림 없이 딸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묻지도 않았는데 모친은 자기가 지금 까지 지내온 비밀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영시하여 본 대로였다.
"저는 정말 몸까지 바쳐 가면서라도 저의 딸이 온전한 몸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빌었어요.
숨쉬는 기술만으로 건강은 물론이며 잘 하면 신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던 그분은 제가 찾아가자 이렇게 말했어요"
---" 잘 오셨어요. 마침 어떤 분인가 했는데. 염려 마세요. 따님은 내가 고쳐 드릴께요.
기왕 오셨으니 신이 저에게 주신 사람으로 생각하겠어요. 따님은 오래 병을 앓아서 고생해서 의심이 많으니까, 일단 저와 단독으로 봅시다"---
그 날 이후로 자주 딸 핑계를 대고 찾아가서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도 은밀하게 둘 사이에 이상하고도 요상한 행위가 이어졌다. 처음 본 남녀가 아무 말도 없이 곧장 그런 행동으로 옮길 수가 있음은 어쩌면 서로가 기미를 잘 보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남겨 두고 싶은 욕망의 그늘이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도 몸 어디엔가 악령과 함께 숨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모친은 딸의 병을 고치고 싶은 욕심과 동시에 최고의 도사라고 하는 자들은 어떤가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여느 때처럼 다시 그 짓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모든 이상한 행동은 그 것으로 마무리되는 법이 거의 없다.
도사가 그만 급성심장마비라는 창피한 병으로 죽고 말았다.
어느 날 찾아 가보니 초상이 나 있었다고 한다.
" 그것은 당신이 죽인 것이 아닙니다. 도사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죽어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뻔히 아는 일이지만 위로 삼아 말하자,
"알고 있어요. 제가 그런 짓을 한 이후로 당분간 찾아가지 않았어요. 그게 한 달쯤 뒤니까 제 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책임성이 없는 자와 할 말이 더 있겠는가.
한달 뒤니까 자기가 죽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말고도 여러 명의 여자가 있었다는 소리도 했다. 숨쉬기 도사를 비웃는 듯한 말도 하고 있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다. 조금도 자기의 잘못을 모른다.
" 00 어머니, 그런 말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네요. 따님이 병이 낫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런 당신의 행동이 원인입니다. 딸을 고치려고 하면 그것으로 집중해야지 무엇 때문에 도사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정(精)을 섭취하고 다닙니까 ?"
마침 시간이 바쁘고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기 거북해서 다시 보자고 말한 다음 모친을 보냈다.
딸의 병이 낫지 않아도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도사들과 놀아나는 일을 즐기는 어머니--- 이런 일도 세상에는 있다.
그런 말을 태연하게 조금도 반성의 빛이 없이 말하면서 자기는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몸까지 바쳐가면서 여기저기 다녔다고 자랑하는 이상한 어머니였다.
더러 자식의 공부를 위한다는 핑게로 학교 선생이나 과외선생에게 몸을 바치는 부인들이 있다는 말은 들은 일이 있어도, 딸이 원인불명의 병으로 고생하는데 함께 다니면서 그 짓을 태연하게 하는 음란한 여자가 있다.
이런 일을 과연 믿을 수가 있는지 ?
2002년 9월 10일
7. 죽은 숨쉬기 도사의 고백
다음날 아침 모친이 딸과 함께 부리나케 찾아 왔다.
제발 딸을 완전히 고쳐 달라고 했다.
법사에게 메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딸의 영적인 치료는 귀신들이 물러가게 하는 일이므로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00의 빙의파령과 퇴령작업을 마치자 법사는 모친을 향하여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영시에 들어 갔다.
(* 빙의파령:몸에 들어가 있는 귀신을 부수는 일/ 퇴령작업:귀신을 뽑아서 밖으로 내모는 일)
예상했던 그대로 모친의 몸 속에는 딸로부터 이전된 악귀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짓을 시작했다.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가루가 되어 뼈 속으로 스며들어가 파먹으면서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있다.
00의 몸 속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나 모친의 몸에 들어가서는 뼈를 갉아먹는다.
작은 몸집으로 빨판을 이용하여 골수를 빨고 골 조직을 파괴하면서 그들은 조금 씩 성장하고 있었다.(전체적인 모양은 마치 도토리처럼 생겼지만 머리부분에 빨판이 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딸을 고쳐도 모친이 음란성으로 헤매고 있는 이상 별 진전이 없을 것 같았다. 수시로 이곳 저것을 옮겨 다니는 영혼의 세계는 한쪽을 퇴령 한다고 해서 낫지 않을 것이 뻔한 일이다.
모친에게 들어가 있던 외조부의 영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거기에는 음란한 영혼들이 가득 차 가지고 예상하지 못한 골다공을 일으키고 있었다.
" 어찌 된 일입니까 ? 이것들이 도대체 왜 이럴까 ? "
그때 마침 모친이 죽인 도사가 생각났다.
이 여자를 '신이 주신 사람'으로 여기고 받아들였다는 그 도사가 어떻게 죽었을까 궁금했다.
그의 죽음이 신기해서가 아니었다.
과연 이 여인에게 죽일 만큼 그런 살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그 도사를 불러내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죽은 도사는 백발의 모습이 부끄러웠던지 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예상외로 자기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 그 아이 어미와 교섭이 이뤄지자 마자 섬찟한 힘이 내 몸에 들어와 버리는 거에요.
몸 전체가 쭈삣해지면서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몇 초 뒤 조금 괜챦다 싶었어요.
그런 일은 그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어서 대수롭지 않다고 보고 넘겼더니, 다음날부터 헛구역질과 함께 코에서 피가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여 오는 것이에요.
50년 이상 수련을 해온 나는 그 정도야 무슨 탈이 나겠는가 하고 방심했었지요.
기공의 힘으로 그들을 물리치려고 하자 이번에는 방사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사정을 하는 기막힌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지만, 내 위치에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며칠 간 그 아이 어미가 찾아오니 은근히 부아가 나서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이상한 기운이 심장까지 번지더니 멈춰서고 피가 점점 굳어져서 죽었지요.
참, 세상에 나는 좋은 일만 했다고 생각했더니 전혀 어떤 말미도 없이 죽게 되었지 뭡니까 ?"
영혼 세계의 신비한 점은 과거를 돌이켜 놓고 그 시점에서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죽어 가는 도사는 이어서 자기의 모습을 바꾸더니 속마음을 고백했다.
어쩌면 그 말은 회한에 가득한 도사로서의 참회였다.
" 제가 도를 가면서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믿은 잘못이 있어요.
여자를 겪어 보지 못했던 사람이 그런 것쯤이야 --했던 게 죽음으로 몰아세운 겁니다.
모두 내 잘못이지요"
도사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였다.
그렇지만 자신을 죽인 힘이 여자가 가진 살기로만 알았지 귀신이 파고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도사님, 그건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귀신의 장난입니다. 여자가 몸 속에 귀신을 실어 가지고 남자와 교접을 하면 그 귀신이 몸에 옮겨 들어가 기운을 뺏고 몸을 마비시키고 끝끝내 목숨까지 뺏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셨나요 ?"
측은한 표정을 짓고 도사에게 말하자 도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이상한 일이다.
자기가 죽은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움직이고 말하고 있는데 대하여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인간이 몸으로 움직이니까 두뇌활동으로 인하여 자기가 생존하고 일을 벌이는 것으로만 착각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처럼 인간은 죽어서도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다. 영혼세계에 들어가면 자기가 이미 귀신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데 자기는 실질적인 몸이 없을 뿐이며 살아 있을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남의 몸을 빌려 들어가 그 사람과 함께 정신활동을 한다.
도사는 그렇게 사라졌지만, 이런 식으로 남을 해치고 돌아다니는 모친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
외조부는 누구인가 ?
외조부가 과연 존재하는 영혼일까 ?
아니었다
법사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외조부의 영혼은 가루 처럼 부스러져서 딸 00의 몸을 괴롭히던 영혼의 대표자일 뿐이었다.
수 백명이 넘는 많은 일정시대의 희생자들이 외손녀의 몸에 들어가서 괴롭히는 것을 간파하고 나서야 그런 일을 알아냈다.
이후 원인도 불확실한 병으로 오래 시달리던 00은 완쾌하엿으나, 아쉽게도 그 모친은 골다공으로 계단에서 뼈가 부러져 쓰러진 채 오랜 세월 시달리다가 욕창이 도져서 죽었다.
( *욕창 : 오래 병상 생활을 하여 몸이 저절로 썩어들어가는 최악의 병)
음란령으로 태어난 딸은 딸 00의 병을 고친다는 핑계로 도사들을 섭렵하다가 결국 뼈가 으스러져 쌀이 썩는 병으로 죽었다.
이것이 바로 인과응보라고 하겠다.
진정 자기의 잘못을 참회한 도사는 승천하였지만 그 모친의 영혼은 또 다시 음란령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많다.
임종을 지켜 본 사람 말에 따르면 죽기전 까지도 목에 찍힌 느낌표는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시 이런 악귀들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가 쉽다. 왜냐하면 사악한 인간은 그 본심에서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 이 딸 00은 나중에 이어지는 고스트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2002년 9월 12일
한단원을 마치며......새로운 서막의 시작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