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운기을 뺏는 여자 이야기(1)>
1. 유부녀를 건드려서 망한 남자들
동숭동에서 조그만 연극공연 기획 사무실 D를 운영하는 김선생 부부는 아주 소탈하고 겉보기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부인의 뒷면에는 무서운 수수께끼가 숨어 있었다.
5년 전 어느 날 연극배우 겸 탤런트 송선생이 전화를 해 왔다.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법장거사와 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는 영세계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무대출신인데 당시에 인기가 높은 탤런트였다. 그리고 한때 TV 시사프로그램을 맡아서 운영했던 경력도 있어 사회적 견식도 높은 편이었다.
" 거사님 큰일 났습니다. 제가 사실 인기관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조상이 도와주시는 덕분인지 몰라도 이 정도까지 성장한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달전 부터 일이 안 풀리고 계속 촬영계약이 펑크가 나더니, 요즘은 일이 없어요.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좀 알려 주세요---"
영시해 보자 그의 가슴에 이상한 불덩어리 같은 영혼의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어떤 여자가 보내는 살기의 흔적이었다.
" 송선생님, 외람된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최근에 불륜의 정사를 나눈 일이 있으신가요 ?"
송선생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고개를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 사실은 제가 몇달전 부터 유부녀와 재미를 좀 봤습니다. 그게 혹시 원인이 됩니까 ?"
송선생은 희끗한 머리를 숙이더니 얼굴에 미소를 띄고 다시 말했다.
" 누구인지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그게 원인이라면 이제 그만 둬야죠.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큰일이잖아요 ?"
법장은 싱긋이 웃으면서 마음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 그 여자는 말입니다. 상대방의 운기(좋은 운명의 힘)를 뺏어 가지고 자기가 활용하는 재주를 부립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까 싶을지 모르나 그 여자는 여러 명의 남자를 상대하면서 그 힘으로 자기의 일을 운영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주 강한 흡인력을 가진 남자귀신이 붙어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장군신이라나요 ?"
법장이 송선생에게 상대가 누구라는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미 그는 자신의 심각한 현실문제와 연관지어 충고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랐다.
그랬더니 가을부터 다시 시사프로그램의 해설자로 나오는 등 본래의 리듬을 되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몇 달 지난 뒤였다.
이번에는 그 기획사무실에 스폰서로 출입하는 서울 음대 출신의 사업가인 박선생이 법장을 찾아 왔다. 그는 매월 경영에 쓰라고 300이상을 내는 사람으로 D 기획사무실 사장의 동창이었다.
" 허허 김선생, 이럴 수가 있습니까 ? 제가 데리고 있던 놈들이 반기를 들고 대드는 겁니다. 이게 우찌된 영문입니까 ? 제가 이 생활 20년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다케도 이럴 수는 없는깁니더. 김선생님 이거 좀 알아 봐 주시이소. 뭔가 원인이 있을깁니더"
10년 이상 아래에 부리던 직원들이 한꺼번에 나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건설회사를 차렸다는 말이다. 물론 자신의 회사 거래처와 일을 벌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법장은 똑 같은 내용으로 물었다.
" 혹시 최근에 불륜의 정사를 나눈 일이 있으십니까 ?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이의 여자로 유부녀 말입니다 "
법장의 진지한 표현에 내용이 무거워진 듯 느낀 나머지 박선생은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 예 예--- 저, 사실 지가-- 요즘 그런 여자가 하나 있습니다. 말씀 드릴 수는 없고에, 그 여자가 그런데 무슨 지랄을 떠는 겁니까 ?"
혹시 무슨 사업적 음해라도 하느냐고 의심하는 눈빛이다. 앞서 나온 송선생과 똑 같은 경우여서 다시 비슷한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자 박선생은 이런 말을 한다.
" 만약에 그렇다면 그건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겁니더. 내가 얼마나 저거들(기회사무실)을 도와주었는데, 그런 식으로 내 힘을 뺏는단 말입니까 ?"
서로가 가해자가 누구인가 말을 하지 않았어도 박선생과 법장은 이미 마음으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깨 놓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 그라마요(그러면요)--, 그런 요상한 기집은 법장거사님께서 콱 눌러뻐리야 하는기 아닙니꺼 ?"
박선생은 한술 더 떠서 그런 원인이 있으면 내버려두지 말아 달라고 청한다.
사실 그 말이 옳았다. 피해자가 생기는데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은 옳지 않았다.
법장의 말을 들은 박선생 역시 그 이후에 슬럼프에서 빠져 나와 현재 사업을 잘 추진하고 있다.
법장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이윽고 문제의 근원이 되는 사무실 D의 부인을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불러내야 할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