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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 게시판
<여자를 자기 마음대로 농락하고 돈과 마음을 빼앗고 필요 없어지니까 입을 막기 위하여 주술을 가한 다음 죽음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사악한 점술가가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밝지 못하다. 그래서 법장이 나서서 그를 퇴치한 실화를 엮어 보았다.>


임박수가 검찰의  P부장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 난 제비가 아니란 말이요. 그런데 돈을 빌려 썼다가 치사하게 자꾸만 그 여자가 다구치니 난들 어쩌겠소 ? 뭔가를 요구하는데 할수 없이 몸으로라도 때워줘야 할거 아니요 혼자 사는 여자니 그렇게라도 해달라면 해줘야지 나로서 별수 있나요 ?"
검찰에 부녀자 희롱 혐의로 고발신고가 들어 온 다음 가장 먼저 손을 쓴 것은 검찰청 고위 공무원의 P부장의 부인이었다. 그 부인과 상관관계가 깊은 임박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응석을 부리듯이 말했다.
P씨 부인은 임박수에게 사주를 보러 갔다가 저녁을 먹은 후 서너번 관계를 맺고 이후 이따금 심심하면 함께 먼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니는 깊은 사이였다.
" 어머 그런 일이 있으셨어 ? 그럼 잘 봐드려야지. 누가 담당이라구요, 응 알았어요 "
사흘 뒤에 검찰에서 조사를 나갔던 김검사는 무혐의로 종결 짓고 말았다. 별다른 혐의점을 찾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사기와 배임 또는 부녀자 희롱 같은 일로 찾아 나서는 자신이 좀 게면쩍게도 느껴지던 차에 P부장이 수사의 빠른 종결을 권유하자 손을 털어 버린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말썽이 많은 사람임을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농간하고 있던 터에 미스 천이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날밤 임박수는 차를 몰아 10분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 갔다.
" 아니 이럴 수가 있어 ? 당신이 나와 어떤 사인데 그래 나를 검찰에 고발해 ? "
" 돈만 돌려 주면 끝나는 일 아니에요 ?"
" 그래 봤자 소용없어. 두고 보라구 당신이 고발해도 다 끝내는 수가 있어 "
말 그대로였다. 사흘 뒤에 그녀가 김검사에게 전화를 하자 수사를 종결 지웠다는 냉정한 답변이 되돌아 왔다.
임박수가 말한 그대로였다. 한편으로는 놀라고 어쩌면 신기한 신통력이 정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돈 3억 5천은 어디서 찾지 ---- ?

장안에 유명한 쪽집게 박수로 알려진 임박수는 점 보러 오는 시간을 가지고 그 사람의 명운을 알아 맞히는데 기가 막힌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늘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일간지에 당일 운세를 내는 일을 맡은 후로는 고정적인 손님들도 많이 늘어 났다. 하지만 사주를 보아 푼돈을 버느니 아무 소용이 없고 목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끝에 자신이 독신임을 내세워 외로운 여자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악지혜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 정임 합목에 지지에는 묘목이 들어 유금과 충이 되니 관이 살아 있어도 힘을 받혀 들지 못하고 있는데,  현재 시간이 미시이니까 묘는 미와 합이라서 참으로 절묘하게도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런 말입니다.  
천시와 어울어진 그런 상대를 만나게 되니 혹시 어떤 사람을 구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요."
알듯 모를듯 사주 설명으로 엮어 내면서 어린애 같은 하얀 얼굴에 순진무구한 듯 보이는 표정을 지으니 마침 믿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던 미스 천은 얼을 뺏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7년전에 남편과 사별한 이야기며, 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는가 하는 동정조의 말이며, 선뜻 임박수는 무슨 힘이라도 거뜬히 되어 줄 것처럼 말하는 자신감에 미스천의 마음은 저절로 열리고 말았다. 그때 쯤 임박수는 최후의 촌철어를 가슴에 박았다.
"  내가 결혼을 한다면 당신 같은 사람과 하였을 것이고 만약 이혼을 한다고 해도 당신과 했을 것이요. 왜 그런지 아세요 ? "
솔깃하게 말한다. 귀 기울인 여자는 언제나 약하다.
" 결혼을 하면 행복하지만 곧 죽을 터이니 어찌 이혼을 하지 않겠소.  하지만 죽어서도 잊지 못할 터이니 돌아가신 남편도 역시 그렇겠지요 "
죽은 사람까지 동원하여 자기 편으로 만드는 기술자다. 죽은 남편이 도와 준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과부들이란 늘 죽은 남편이 자기를 수호령으로서 도와 주기를 바라는 심리를 교묘하게 역이용한 것이다.  
심지어 죽은 남편이 자기와 살기를 권장한다고 까지 말을 이끌어 갔다.  
그렇게 해서 임박수는 어렵지 않게 미스 천을 나이 서른 넷에 자기 여자로 만들었다.
그 후로 미스천은 결혼약속을 믿고 거의 동거하다 시피 임박수와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지낸지 한 1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이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못 받는 돈문제로 골치 아파 하니까 법장거사에게 데리고 왔다. 그 언니는 아무리 봐도 돈문제와 애정문제가 결부되어 복잡하게 얽혀 가는 미스 천의 앞날이 걱정되었던 차였다.  
" 허허, 이것 참 큰일 났네요. 돌아 가신 남편과 이 남자가 서로 경쟁하다시피 당신을 괴롭히니 어쩝니까 ? 남편은 귀신이라서 보이지 않는다 치고 이 남자는 보통 남자가 아닌데 아마 당신을 돈문제로 엄청나게 괴롭히고 있을 겁니다."
사주도 보지 않고 두 남자가 있는데 하나는 죽어서 귀신이고 하나는 결혼도 안하고 지내는 내연의 관계라고 짚어 내자 토끼눈이 되었다.
" 남편은 천도하고 이 남자는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모진 일을 당할 것입니다."
법장거사는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미스천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말했다. 미스천은  일단 죽은 남편을 천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천도재를 지낸 다음 이런 말을 했다.
" 저기요.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혹시 남편이 제 곁을 떠나면 지금 하던 사업이 잘못되는 건 아닌가요 "
지나 놓고 보니 그 말은 임박수가 여러 번 해준 말인 것 같았다.
남편의 혼을 천도하면 도움을 못받게 되어 사업이 망할까봐 걱정할 정도니 보통 욕심내기가 아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주었으나 역시 미스천에게는 법장 거사의 말보다 임박수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은 임박수가 죽은 남편의 귀신과 잡귀들을 불러 들여 꼬드겨 가지고서 경쟁적으로 도와주도록 조작한 것인데, 그 다음에 어떤 결과가 올지 전혀 예측하지 않은 대단히 경솔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임박수가 돈을 요구하게 된 동기도 너무 단조로운 이유였다. 이제  자신들은  결혼을 할 사이니까 그 동안 돈도 벌게 해주었으니 자기의 밀린 빚을 정리할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자그마치 3억 5천이란 돈을 빚을 질 이유가 없으나 다른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농락하다가 여자가 빚 독촉이 심해지면 미스천에게 그 돈을 받아서 갚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3억 5천은 2년 반동안 원금에 이자 까지 모여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법장은 남편의 혼령은 물론이고 도와준답시고 와 있는 잡귀들을 모두 정화하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 다음해 여름 미스천은 그 언니와 다시 법장을 찾아 왔다.
" 제가요. 지난 초봄에 죽을 뻔 했어요. 재를 지내주셨는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남자하고 헤어지기로 했어요. 하지만 돈을 주질 않아요. "
미스 천은 정월달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가 수술을 6번이나 받고 살아 났다고 한다.
재를 지낸지 대략 1년이 좀 넘은 시점이었다. 재를 지낸 보람이 없다고 뾰루퉁한다.
" 내가 일부러 말을 안했지만, 그 사람과 헤어졌습니까 ? 아니죠 ? 아마도 돈을 뜯은 그 남자는 나처럼 영혼세계의 일을 하는 사람일꺼요. 왜 그것을 아는가 하면 당신에게 지금 주어져 있는 부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저주 부적이요. 작년말에 만들어 준부적은 아마 입춘 때 태우라고 했으니 이미 효과를 본 것이고 그 증거는 인멸되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다가 오는 10월에 끝장을 내는 부적이니 빨리 꺼내시요 "
법장은 얼른 핸드백에서  부적 2장을 받아내어 불을 붙히고 정령주문을 외웠다.
" 옴 삼맛디야 부다리야 다나야 훔 ---"
그러자 흰 연기와 함께 연청색이 섞인 푸른색의 연기가 치솟았다.
" 이런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부적에다가 000 니켈을 집어 넣다니--"
000니켈은 금속 가운데서 가장 휘발성이 강한 물질인데 만약 산화질소와 섞여 기체화 되면 독성을 뿜는다.
그런 것 까지 계산하여 뭔가를 노린다면 그것은 미스천의 목숨이다.
" 이걸 가지고 다니시는데 어지럽지 않습디까 ?"
" 아뇨, 별 이상이 없었는데요. 그건 하나는 재수부적이고 또 하나는 지난번 사고시에 입은 기체 손상을 막아주는 부적이라고 했어요 "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독성부적을 지니게하고 동시에 귀신들을 불러 들이는 염력을 가하고 있는 저주 부적이거늘 아무 이상도 없다고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 죽을 걸 살아 난거요. 그래도 천상에 가 있던 남편이 도와서 살아 났지. 그 남자는 당신을 없애고자 하는데 아직도 그걸 모른다 말이요 ?"
"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그 사람이 내게 갚아야 할 빚이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하고 있는데---"
헤어진다 헤어진다 말은 하면서 여전히 두 사람은 육체관계를 지속시키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미스천은 법장의 말을 믿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시 큰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해 늦가을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타나서 울면서 말했다.
" 좀더 강력하게 말리셔야죠, 그 아이가 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지금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기고 오는 길인데 이번에는 살아나기 힘들것 같아요. 선생님 한번 다시 살려 주실 수 없어요 ?"
" 이젠 안됩니다. 자기 욕심 때문에 너무나 신계에 큰 빚을 졌어요. 저로서도 더 이상 도와 줄 여력이 없습니다. 미스천은 끊어야 할 남자를 받아야 할 돈 때문에 끊지 못하고 결국 그 남자의 저주에 희생된 것입니다.
영세계의 모든 일은 믿어야 이뤄지는 것인데 믿질 않고 그저 반신반의하면서 자기 잇속이나 챙기려드니 어떻게 일이 성사되겠습니까 ? 수없이  그 남자와 결별하라고 경고하였고 나중에는 죽고 싶으냐고 까지 격한 말을 해 주었음에도 말을 듣지 않더군요. "
여자의 빚을 지고 빚을 갚지 못하겠으니까 골치 아픈 존재를 근원적으로 없애려고 드는 악질 주술사가 실재한다면 그는 이제 법장의 철퇴를 맞을 차례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른 말을 해 주어도 전혀 믿지 않고, 암사마귀 밥이 되는 숫컷 사마귀 처럼 죽어 가는 중생은 또 무엇인가 ?
법장은 그것이 바로 숨은 인연이 아닐까 추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