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자기영혼이 여러 영혼의 복합체(複合體)로서 형성되어 있는 사람을 가리켜서 복합령의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다가 부유령이 빙의하고 지박령의 빙의장애까지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에게서 오는 염력장애, 그리고 자기자신의 상념장애 마저 겹치면 완전히 미쳐 돌아 버린다.
간행된 책으로서 다니엘 키이스가 쓴 '낯선 가면(the Mind of Billy Milligan)'이란 책이 있다. 주인공 빌리 밀리건은 미국에서 실제로 생존하던 사람이다. 그의 인간성 속에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흉악한 범죄자의 모습도 은폐되어 있어서 20여 가지의 인간성을 고루 갖추고 스스로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 든다. 우리의 주위 사람들 중에도 적잖게 그러한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성격장애인이나, 괴짜 또는 상황변화에 따른 이중인격자 정도로 보고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단정짓는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사회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큰 까닭이다.
영혼을 단순한 심리 현상의 주체라든가, 물질에 가까운 어떤 객체로서 인식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영혼을 마음의 일부로 단정 지워 버리고 마음의 수양으로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특히 종교인들일수록 그런 점을 강조한다. 신의 구원이나 아니면 본인의 인격수양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령 장애인은 종교의 울타리에서 조차도 교묘하게 주위사람들을 속이는 사례가 있다. 아주 훌륭한 종교신자로서 행세 하지만 사실은 흉칙한 범죄인인 경우에 무엇으로도 그 이중성을 설명할 수 없다. 종교행사를 빙자하여 많은 자금을 거둔 다음 횡령하고 자취를 감추는 유형의 사기범이나, 종교 재단에 소속된 막대한 재산을 관계자와 짠 다음에 팔아 버리는 등의 배교행위를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 그냥 보아서는 종교를 건실하게 믿는 사람이고 또한 신자들 사이에서도 덕망이 높은 사람이므로 그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드물게는 종교 시설내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도 저지른다. 그렇다면 신앙의 힘조차도 그런 사람을 구원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영혼의 존재와 그 모습을 너무나 단순하고 가볍게 보는데서 오는 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사회문제 가운데서 가장 나라를 사랑해야 할 고급 장교가 국토방위에 필요한 중요 군수품을 도둑질하고, 신장비를 들여 올때 형편없는 구형을 구매하여 국가재정에 해독을 끼친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상을 그저 뇌물을 먹기 위해서였다고 단정지으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는 반국가 행위이며 적에게 막대한 상대적 도움을 주는 반역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동이 영혼의 어떤 장애를 받고 있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파악해야 옳지 않을까?
예를 들면 조선조 말에 사회개혁을 바라던 지식계층이었던 '이인직'이 후기에 들어서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한 일이라든가, 처음에는 동학교도이었다가 일진회라는 친일 조직의 중추 노릇을 했던 '이용구'가 어째서 망국행위에 앞장 섰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 역시 영혼의 세계에서 풀어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사상적 전향(轉向)성향이 강한 그룹은 지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변화적응에 대단히 능숙한 사람이며, 따라서 영혼이 단순하지 않고 본래부터 여러 갈래로 복합된 다중인격자(Multiple Charactaristic person)로 간주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들의 사고와 행위는 마치 유능한 연극 배우가 혼자서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일인극을 잘 연기하는 것과 닮았다. 그러한 배신자들의 영혼에는 애국자의 영혼과 반역자의 영혼이 섞여 있었다고 본다. 현재도 다중인격자들은 복합령인 까닭에 교활한 사고구조와 처세술을 이용하여 체제가 바뀔 때마다 언제나 양지 바른 곳에 서서 생존해 가는 재주를 부린다. 이들의 폐해를 막으려면 앞으로는 절대로 중심 인물로 채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다중인격자를 감별할 줄 아는 영적인 지도자가 우리 사회에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