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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소암婆子燒庵 (나이든 할미가 암자를 불지르다) 



큰 스님이 되서 깨달음을 얻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한 스님을

오래 동안 일념으로 모시던 보살이 계셨다.


그렇게 20 년이 단박에 지나간 노보살이 어느날 
자기의 예쁜 딸에게  스님 드시라고 밥상을 들고 가게
시키면서,

은밀하게 뭐라뭐라 하면서 한 가지 말을 일러 주었다.




*** 그리고 나서,



딸은 어머니가 시키는 그대로 ,

상을 내려놓은 다음에
스님의 뒤쪽으로 와락 가슴을 끌어 안고서는, 

"스님, 제가 이렇게 하니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하자,

그 스님은

"고목의한암 삼동무난기 로다....
(枯木倚寒岩 三冬無暖氣)

다시말해서,
 내가 찬 바위에 끼어사는 마른 나무인데다가,

삼동의 계절처럼 따뜻한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몸이로고나" ........했다.

퇴짜를 맞은 딸이  자기 어머니에게 돌아와 

유혹을 해도 어림 없더라고 막 칭송을 하면서  그말을 그대로 전하니까,



오히려

 20년이나 날 속인 자를 공양해 줬구나 하고,
쫓아내고 살던  암자도 불 질러 태웠다.



이 파자소암이라는 공안은 까다롭고 뜻 깊은 법문이어서 선문禪門에서
대단히 중대한 공안(公案:화두가 될만한 이야기)으로 취급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법문이 그저 지나가는 공안 한 조각으로만 생각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본능을 저버릴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어째서 이 할미가 암자를 태워버리고 마는지 설명이 불가능하다.  아래와 같은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불해서 깨치라 하고 20 년 동안이나 봉양했다면 그냥 도 닦아서 사나이로서의 본능이나 멈추게 하려고 열성껏 모시며 고행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내가 몸으로  색기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깨달음의 경지라고 자랑하듯이 말하므로 그 공부한 수준이 너무나 모자라고 못마땅해서 이 스님을  쫓아내고 지어 준  암자마저도 불사른 것이다.


때로는 말과 행동의 내부에 숨어있는 마음의 그림자를 영혼의 이야기로 드러내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곧 선어화(禪語話)이다.




2022년  8 월 10 일   제마법선사  서산 장선생 묘연제 선심화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