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
두 부부가 나를 찾아 온 까닭은 사업이 부실해지고 돈을 떼어서 어려운 지경에 다달았음을 그들 스스로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데 있었다.
무척 불안한 듯, 부인은 장광설을 늘어 놓는다.
그러나 남자는 그 자리에서 사업을 잘하였는데 그만 사람을 잘못 만나서 돈을 뗀 것으로 주장한다.
사람을 잘못 만났다니.....
그렇다면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돈을 떼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 말이 진실일까 ?
세상 사람들은 자기보다 인격적으로 모자란 사람을 앞에 두고서 그들이 자기를 속이지 않기를 바라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들이 양심적이고 인격적인 사람이라면 굳이 무엇이 답답하여 자기에게 접근하여 친하려 하고 자기에게 돈을 빌려 가려고 하겠는지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가 그들 보다 조금 낫다는 오만심 때문에 사기를 당하고 나서도 조금도 자기의 불찰을 의식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갚겠지요"
"그렇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서 그 사람이 당신 보다 훨씬 나은 입장이 되어 만약 당신이 머리를 숙이고 옛날에 그 사람이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당신이 그 사람을 가까이 대한다면 아마도 그 돈을 받아낼 것입니다"
"내가 왜 그 나쁜 인간에게 머리를 숙여요 ?"
"그렇지요. 당신은 그때가 되어서도 인간의 오만심에 대하여 자각을 하지 못할 것 같군요. 그렇다면 그 돈은 영원히 날라가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상회에서 돈을 착복했다가 전쟁이 끝나자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그 돈을 되돌려 주면서......
"회장님-- 제가 예전에 돈을 떼서 이렇게 모은 적이 있습니다. 요긴하게 써주십시오" 했다는 전설 같은 말을 전해 주었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본인이 제대로 기를 살려 사업을 하면서 살아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지도 물었으나 지나친 욕심이 불러 온 일이라서 그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대운이 다 되었고 축진파살에 진술충살이 교차되는 경진년은 그들에게 최악의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