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이기심인가요 ?”
<질문>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저의 이기심에서 출발된 것이었음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동정심(sympathy)을 느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연민에서 출발되었던 것이었죠.
적재적소에 크지도 작지도 않는 알맞는 도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런 생각역시,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제가 바라고 기다리던 것일 뿐이니......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고 햇빛도 맑으니, 피리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Q-mind
<답장>
세상 살이가 고달파서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
자신이 가장 동정 받아 마땅한 사람임을
그것이 되고나서야 깨닫는 이들이 많았던 시절
그때가 그립습니다.
이젠 모두가 누군가 돕는다는 핑게로 가면을 뒤집어쓰고 속에서 웃습니다.
마치 토핑만 잘된 그럴듯한 피자처럼, 자비의 가면을 쓰고 웃습니다.
영혼을 종으로 만드는 종교가 문밖에서 설치고 소리 지르는데,
마음속에서는 " 너 그럼 안돼" 하지요.
하늘이시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당신 앞에만 서면 되레 오만해지는지 모르겠네요.
당신께서 세상을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비로자나의 손가락을 튕겨 세상을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불쌍한 느낌도 안 들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자비롭지 않아도 당신의 모습을 뒤집어 쓴 진리가 되고 싶습니다.
2005년 6월 8일 법산 김세환
분노심 다스리기
< 질문 >
안녕하세요 ? 김 법사 님...
언뜻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조언을 구합니다 ...
아주 싫은 사람(상대를 객관적으로 볼 때 자리는 높은데 인간이 덜되고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일 경우)이 있을 때 미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옳은 것입니까? 아님 그 사람이 잘못되게끔 염원하는 짓?
생각이나 기타 등을 해서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습니까?
물론 현명한 것은 자신의 맘을 다스리는 것이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렇게 맘먹고 자신을 다스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갈등합니다....
그렇게 맘먹었다가도 또다시 살기를 뿜기도 하고 그럽니다...
맘을 다스리는 좋은 구절이나 주문...혹은 법사님의 경험기타 등등...좋은 방법 자문을 구합니다...제가 아는 몇몇 어르신들께서도 젊었을 한 때 분노를 이기시지 못하시고 맘으로 살기를 품어 미워하는 사람을 죽게 만든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시는 분들을 뵈왔기에 그러한 힘도 자기수양이 덜 쌓이면 독이 된다 생각하기에 갈등하게 됩니다...
< 답변 >
밉고 싫은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이 인간세상입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다 좋고 예쁜 사람들이라면 이미 이 세계가 극락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
이미 미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저주를 해도 시원치 않은 상대일진데, 내가 어찌 그 사람이 잘되길 바라고 그 사람이 예쁘게 보일 수가 있겠습니까 ? 순간 순간 다가 오는 미움을 다스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미워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미워해도 그 끝이 없다는 걸 아시나요 ?
" 그 넘 참 잘 죽었다. 그렇게 내게 모질게 대하더니 천벌을 받은 모양이야 !"
그런 말을 혼잣소리로 되뇐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왜 그렇게 허망한지. 차라리 살아서 끈질기게 내 욕을 먹고 살 일이지, 왜 덧 없이 죽어 버렸는지 참 허망하기 이를 데 없더군요. 아직 그런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 만큼은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미운 마음은 끝이 없다는 것과 사랑하는 마음도 역시 끝이 없다는 점 말입니다. 죽음이 그 마음을 어떻게 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운 상대가 죽음으로써 내 미워하는 증오심도 함께 죽어 버린다는 것을 ----.
죽어 버린 증오심은 인연이 되어 다음 세대로 넘어 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어리석게도 아무 이유 없이 당신은 그 사람의 후신을 향하여 증오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 까지 내가 미워한 상대가 전세에서 내가 모질게 다룬 사람이 아닌지도 살펴 보십시오. 더 이상 이어나가는 것이 버겁거든 떨쳐 버립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이런 인연법에만 매여 사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금 새로운 악연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방법은 단 하나 뿐입니다. 미워하되 조금만 미워하라는 것입니다. 조금만 미워하면 벌써 그 나의 축소된 행위가 인연을 확산해 나가는 것을 예방할 것입니다.
기껏 해야 한 50년 철 들어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우리 너무 바쁘지 않습니까? 사랑하면서 살아도 너무나 짧고 아쉬운 인생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
2005년 3월 11일 대영계 서산 /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