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풍수] “ 부처님도 참 답답하시겠습니다 ”
어느 절엔가 가보니까 미륵마애여래상
( 수직의 돌바위 위에 깎아서 세운 미륵석상)이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전부터 미륵상에 영험이 있다고 해서 찾아 갔으나 대웅전 위로 한참 올라갔어도 그 어디에도 안 계십니다.
대웅전에 참배하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요사 채 뒤쪽에 서계시는 옆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이런.... 왜 여기 계시나요 ?”
다가가서 살펴보니 사연을 알만 합니다.
그전에 절 주인이 지은 미륵상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새로 들어온 종단에서 특별히 모시는 신앙대상이 바뀌니까 이런 불상사가 생깁니다.
아래에 다가가서 경배를 올리려고 하니 절할 자리도 없고, 위를 올려다보니 미륵 부처님의 턱만 살짝 보입니다. 건물과 미륵상 사이의 거리가 불과 2~3 미터가 될까 말까......마애미륵상을 그저 석벽이라 생각하고 바싹 붙여지었습니다.
참 갑갑하시겠습니다.
요사 채 짓기 전에는, 마애미륵불상의 자리가 길 가던 나그네의 시야에도 금방 들어올만한 자리입니다.
또 조선조 말에 건축한 어느 절에 가보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대웅전이 뒷전에 계시고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아미타전을 지어 올렸습니다. 건물에 가려져서 옛 풍상을 담은 아담한 대웅전과 기와집 요사채는 절 입구에서 아애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부처님 절이라고 하겠습니까 ?
공간의 미학이야 말로 현대 도시건축의 진수라고 하는 말을 했던 *김수근 교수님의 철학이 생각납니다.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생각은 자칫하다가 공간의 미를 잃게 합니다. 우리의 공간의식을 평면으로 줄이려고 든다면 수없이 많은 우주가 사라지고 맙니다. 공간이 평면으로 줄고 , 다시 그 평면은 선으로 줄어들고, 급기야 막판에 가서는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미분(微分)의 세계.....그런 생각이 어찌 부처님의 생각이겠습니까 ? 참으로 슬프고도 가슴 아리는 일입니다. 빈자리에 점이 생기고 그 점이 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선 여러 개가 모여서 면을 만들고 면들이 하늘로 솟아나 가지고 , 입체공간이 설정되는 그런 적분(積分)의 세계가 어디로 사라졌나요 ?
비유하자면 그렇습니다.
좁은 면적에 많은 건물을 짓다가 보면 그런 일도 생기는 것이겠지요...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부처님 자리는 좀 널찍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최근에 새로 자리를 손보는 이들이 여기저기 건물을 많이 채워 넣어서 공간을 줄여버리는 바람에, 건물 사이의 통로라고 하는 선으로 모든 공간을 줄여버리는 미분의 세계로 만들다 보니, 마음이 좁아져서 절 안에 사는 식구들끼리 서로 다툼도 늘어나는 게 아닐지 의아심이 갑니다. 그런데다가 뭔가 마음속의 다툼이 늘어나다 보니 , 시원시원하던 절의 공간과 통로조차 ,부처님 다니시는 길이라 생각하는,,,,, 그분은 참 체구가 크신 분이라서 널찍한 걸 좋아하실 거라는 마음이 아무래도 부족해지고 그래서 그러는가 봅니다. 통 좀 키워주세요.
대중들이 아무리 아파트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고 해도 , 절이 그래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
까짓것 선가(禪家 " 선수행하는 사람들)에 무슨 공간이 따로 있겠는가 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절 뜨락에 고목나무들이 숨 쉴 바람구멍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 사이에서 훌륭한 선사 분들이 저절로 걸어 나오지 않겠습니까 ?
2012년 6월 3일 제마법선사 서산/ 장선생/ 청강/ 김세환
* 주:
김수근(金壽根)
1931년 2월 20일 ~ 1986년 6월 14일
대한민국의 탁월한 건축가이자 [1] 교육자이며 잡지 발행인이기도 했고 예술가들의 후원자이었다.[2] 김중업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 건축 1세대로 평가받으며 한국건축사에서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3] 그의 다방면에 걸친 한국문화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그는 1977년 미국의 잡지 타임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후원가인 로렌초 데 메디치로 비유되기도 하였다.... Daum인물지식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