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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주술] “ 자, 지금부터 우리 노느니 염불이라도 하자.”



겨울에 스님들이 눈이 많이 오면 마당이 푹푹 눈에 빠져들어 저녁공양하고 나서 다음날 아침까지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자재암에 겨울이 찾아오자 거기도 마찬가지였지요.

중도 아니고 속도 아닌 저는 엄청 불도가 센 모친의 권유로 겨울 방학이라서 그 절에 가서 한달 내내 스님들과 어울려 살았습니다.



그날 저녁이 되자 큰 스님은 모두 불러 모아 두 줄로 앉으라 하시고 명을 내립니다.

“ 자, 지금부터 우리 노느니 염불이라도 하자.”

가만히 보자니까 오늘은 좀 특이합니다.  

각자 자기 방에 보내지 않으시고 염불을 얼마나 잘 하나 시험이라도 보시는가 봅니다.



“ 저엉구읍 진으은... 수리 수리 마하수리이~”

아주 길게 늘어지는 아다지오 모데라토 급의 장염불을 하시는 분부터,

“ 정구업, 진언, 수리 수리,마하수리...”

딱딱 끊어지는 스타카트 식의 염불을 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처량하고 구성지게 마치 트로트 조로 염불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한 일곱 분 정도 계신 스님들이 모두 제각각 자기만의 염불소리를 지니고 계시거든요.

모두 다 끝날 때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한분 한분의 염불소리를 듣고 계시던 스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 그래, 염불 속에 자네들 마음이 살아 있고, 그 속에 인생이 담겨 있구나. 내일은 좀 더 나아진 소리를 들어 보기로 하자.”

그로부터 난데없이 염불소동이 났습니다.
갑자기 무슨 부전스님(종단에 관계없이 천도를 전문으로 하는 스님) 뽑는 시합이 붙은 것도 아닌데,
모든 스님들이 묵언을 걷어치우고 흥얼흥얼 염불을 하십니다.

해우소(화장실)에서도 염불, 공양간에서도 염불, 심지어 법당에서도 그냥 계시지 않고 열심히들 외우십니다.



그러나 이후 다시는 염불해보라는 명은 없었습니다.

이미 44 년이 흘렀습니다.

큰 스님이 돌아가신지 오래되었군요.





요즘 제가 염불을 하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그날 들었던 가락이 그냥 흘러나옵니다.

단 한 번만 들었을 뿐인데 ,
스님 한 분 한 분의 청아한 목청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날 염불 들은 소리가 이후 어느 스님들 염불소리보다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높고 짧은 가락의 치성염불,
길고 유장한 가락의 장엄염불,
적당한 속도에 카랑카랑하며 눈물이 날듯이 구슬픈 천도염불,
힘차고 굵은 바리톤조의 지장염불 등
어려운 염불일수록 깊은 소리의 파동이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이 모두가 그날 들은 그 소리의 충격 때문이지요.
그날 함께했던 스님들이 이제 노장이 되어가고,
어떤 분은 이미 저 세상 분이 되었군요.

그런데 저는 그 스님들의 염불을 따라하다가 보니까,
어느 사이에 저만의 염불도 숙성되었습니다.

소리가 한번 들으면 사라진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비록 어디에 녹음한 적은 없지만 아마 영원히 그 분들의 염불소리는  제 영혼의 어느 한 구석에 각인되었다가 여러분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스님들이시어.... 감사합니다.

제 염불소리 한 번 들으려 다시 오실래요 ?






2011년  6월 22일 제마법선사  서산 / 김세환